역사서 속 인물과 기록/승정원일기

[승정원일기 속 안용복 #6] [2-21] 죄를 나누다 – 주범 안용복, 종범 이인성, 그리고 면죄된 어부들 – 조선 조정의 절묘한 선긋기 전략

CurioCrateWitch 2025. 5. 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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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 22년 9월 27일 (1696년)


[2-21]
원문
柳尙運曰, 此事關係非細, 發遣備局郞廳, 以上敎問議于領府事南九萬, 領敦寧尹趾完以來, 更稟處之, 何如? 上曰, 依爲之。
柳尙運曰, 李仁成, 製給龍福之疏, 其罪亦重, 而若以首從言之, 則龍福爲首, 仁成爲從。仁成則斷以次律, 其餘各人, 以海曲愚氓, 只聞龍福敎誘之言, 爲海採而去, 竝置而不論, 似宜矣。
上曰, 李仁成, 頗知文字, 故亦助成此事矣。旣已助成此事, 則其罪比他人雖重, 而較諸龍福, 則似下一等矣, 其他人等, 俱是脅從, 同謀之迹, 似無可問矣。


번역
유상운이 아뢰기를,
“이 일은 관계가 가볍지 않으니, 예조 낭청(郞廳: 예조 소속 실무 관리)을 보내어
영부사 남구만(領府事: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고위 대신)과
돈녕부사 윤지완(敦寧府事: 왕족·외교 의례를 담당하는 대신)에게
왕명을 전해 의견을 구한 후, 다시 아뢰어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게 하라.” 하였습니다.

유상운이 또 아뢰기를,
“이인성이 안용복의 상소문을 작성한 일은 죄가 큽니다.
다만 주범과 종범으로 따지자면 안용복이 주범이고, 이인성은 종범입니다.
이인성은 차등 있게 처벌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바닷가에 사는 어리석은 자들로,
그저 용복의 말만 듣고 해삼을 채취하러 따라간 것뿐이니
더는 묻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인성은 글을 좀 아는 자이니 분명 이 일에 힘을 보탰을 것이다.
그 죄가 다른 이들보다 무겁긴 하나, 안용복에 비하면 한 등급 아래라 하겠다.
그 외 사람들은 협박에 따른 행동이었으니 더는 물을 필요 없다.” 하였습니다.


해설

2-21은 주범(안용복), 종범(이인성), 그리고 안용복의 꾐에 이끌려 함께한 여타 8인을 구분하여 처벌의 경중을 결정하는 장면입니다.

조정은 이 사건의 책임을 ‘주동자–가담자–피동적 추종자’로 분류하며, 외교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선 긋기 전략을 펼칩니다.

이인성은 단순히 협조한 수준을 넘어서, 안용복의 상소문을 직접 작성한 인물로 일정 수준의 공모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안용복에 비해서는 책임이 가볍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반면, 나머지 인물들은 바닷가에 사는 어리숙한 민간인으로 간주되어, 안용복의 말에 따라 해삼을 채취하러 간 것일 뿐이라며 죄를 묻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이는 조정이 이 사태를 국가 주도의 외교 사절 활동으로 보지 않고, 민간인의 일탈로 정리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한편,

안용복 한 사람에게 죄를 집중시키는 ‘일벌백계(一罰百戒)’ 방식으로 민심의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됩니다.


점점 안용복 선생님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이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참고자료

※ 본 콘텐츠는 『승정원일기』의 원문을 직접 분석하여 CurioCrateWitch가 독자적으로 해설한 콘텐츠입니다.
아래 자료들은 관련 배경을 더 깊이 알고자 하는 분들을 위한 일반 참고문헌입니다.

1. 『승정원일기』 숙종 22년 9월 27일자


2.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 http://db.history.go.kr


3. 김용길, 『안용복 연구』, 선인


4. 이정철,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통해 본 외교와 정벌』, 역사비평사






※ 관련 견해 비교

▪︎ 김용길의 『안용복 연구』는 방대한 사료 분석을 통해 안용복의 활동을 구조적으로 조망하지만, 조정의 처벌 방식에 대해서는 형벌의 합리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이정철의 저서는 조선의 외교 시스템 전반에 초점을 맞추며, 안용복 개인보다는 제도와 외교 구조에 대한 설명에 비중을 둡니다.

▪︎ 본 콘텐츠는 ‘사태 처리 방식’에 담긴 조정의 정치적 셈법과 서사적 전략에 중점을 두고 독자적으로 해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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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은 『승정원일기』 원문을 바탕으로 작성한 고유 해설입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무단 복제 및 인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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