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의 나비효과 #8] 산업 공백과 공급망 위기: '선심성 지원'이 만든 위험한 그림자

[지원금의 나비효과 #8] 산업 공백과 공급망 위기: '선심성 지원'이 만든 위험한 그림자
1. 대한민국 산업의 구조적 위기
대한민국의 산업 기반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제조업과 핵심 기술이 해외로 탈출하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이는 단순한 산업 쇠퇴를 넘어 국가 안보와 공급망 전반을 위협하는 중대한 구조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선심성 지원 정책이 이러한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2. 기술 기반 약화와 제조업의 해외 탈출: 포퓰리즘의 나비효과
최근 국내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높은 고정비 부담, 과도한 환경 규제, 경직된 노동 시장 등 여러 부담 요인으로 인해 기업들은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동남아시아, 인도 등지로 생산 거점을 옮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건설·제조 현장에서 사고 발생 시 기업 대표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강도 높은 징벌적 규제가 더해지면서, 기업들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한국을 떠나는 결정을 더욱 쉽게 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놀라운 점은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산업들마저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현상 이면에는,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한 포퓰리즘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기업의 자생력 강화보다는 ‘일자리 창출’ 같은 명목으로 단발성 지원금이 남발되고, 불필요한 규제가 오히려 강화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기술 투자와 경쟁력 강화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결국 기업들이 국내에서 안정을 누리지 못하고, 더 나은 환경을 찾아 밖으로 떠밀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기술력 유출도 심각합니다. 중소기업의 핵심 기술은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에 흡수되거나, 인수합병 과정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편, 뛰어난 핵심 인력들마저 더 나은 조건과 성장 기회를 찾아 해외로 빠져나가며 국가 전체의 ‘기술 공백’은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 기술에 대한 체계적 투자 대신, 소수의 표를 가진 기업을 외면하고 다수의 표를 가진 노동자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여주기식 선심성 정책이 결국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3. 산업 붕괴가 초래하는 공급망 위기: 안보까지 흔들리는 도미노 현상
그동안 대한민국은 정교하고 효율적인 공급망 덕분에 세계적인 제조 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업 생태계 자체가 흔들리면서 부품 수급은 물론, 물류 연결망까지 하나둘씩 끊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반도체나 전기차처럼 고도화된 산업일수록 수많은 부품과 공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유기적 구조가 무너지면서 핵심 부품과 소재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산업 이슈를 넘어서, 전략 물자 확보와 국가 안보에도 직결됩니다. 핵심 산업 기반이 붕괴되면 국방력과 경제 주권 모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산업 공백은 곧 안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도미노 효과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앞의 ‘성과’를 위해 뿌려지는 단기적 지원금들이 정작 국가의 장기적 생존을 위협하는 공급망의 취약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정책 방향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습니다.
4. ‘산업 공백’이 경제 활력의 기반을 흔든다: 단기적 처방의 한계
산업 기반의 존재 여부는 단순한 공장 유무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지역 일자리, 안정적인 세수 확보, 지속적인 기술 축적,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전체 경제 생태계의 핵심 축이 됩니다.
이 기반이 무너지면 지방 도시들이 함께 쇠퇴하고, 중산층은 설 자리를 잃으며, 내수 시장 또한 빠르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중심의 산업 전환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네이버 블로그·인스타그램·틱톡·브런치 등 콘텐츠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같은 거래 플랫폼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산업 역시 제조업과 물리적 인프라에 깊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블로거의 활동은 고성능 스마트폰, 카메라, 서버, 인터넷망 같은 실물 제조 기술이 뒷받침돼야 가능합니다.
배달 플랫폼과 중고거래 플랫폼 역시 물류창고, 포장재, 차량, 오토바이, 전자기기 등 제조 기반 없이는 결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결국, 플랫폼 산업이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실물 산업이 무너지면 그 기반 위에 세워진 플랫폼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아가, 제조 기반이 약해지면 플랫폼 운영 기술과 핵심 서비스조차 해외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어, 국내 플랫폼 산업의 자립성까지 흔들리게 됩니다.
이처럼 국가 전체의 산업 체질을 고려하지 않은 단기적, 산발적인 지원책과 '기업 때리기식' 정책은 장기적으로 더 큰 경제적 부담과 구조적 취약성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5. 마무리하며
‘진정한 성장’을 위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단순한 산업 조정기가 아닙니다. 수십 년간 공들여 쌓아온 제조 기반이 빠르게 이탈하고, 산업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며 경제의 뿌리 자체가 흔들리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기술, 인력, 공장이 빠져나가며 공급망이 무너지고, 그 여파는 국가 안보와 경제 주권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지원이나 즉흥적인 규제 강화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우리 경제의 체력을 갉아먹고, 위기를 더욱 깊게 만들 뿐입니다.
이제는 가시적인 수치나 눈앞의 효과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 강화, 우수 인재 양성, 핵심 기술 개발 등 미래를 위한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무엇보다 정부는 시장이 자율적으로 생동할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와 개입을 줄이고, 필요한 최소한의 규제만 유지하는 ‘작은 정부’로 돌아가야 합니다.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장기적 경제 회복의 출발점입니다.
📚 참고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반 강화 전략(2023)」
- 한국경제연구원. 「국내 제조업 해외 이전 실태와 정책 과제」
- KDI. 「공급망 위기와 대응 전략 보고서」
- 대한상공회의소. 「기술 유출 및 핵심 인력 해외 유출 현황 분석(2024)」
- 산업연구원. 「한국형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필요성」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산업기반 약화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다음 편 예고
다음 편에서는 이 산업 공백과 공급망 위기 속에서, 청년 세대가 겪는 좌절과 그로 인해 악화되는 출산율 문제를 중심으로, ‘인구절벽의 자가증식 구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