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도는 우리 땅/승정원일기 속 안용복

[승정원일기 속 안용복] 숙종 22년 10월 13일 [4-3] 외교에서의 신뢰성 문제와 기밀 누설 우려

by CurioCrateWitch 2025. 5. 25.
반응형
SMALL

안타깝습니다.
이제는 안용복 선생님의 처벌이 점점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가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저는 이미 번역을 마쳐서 이후의 상황을 알고 있지만,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 이 대목을 다시 읽으며 그때보다 더 깊이, 더 뼈저리게 그 절망을 느끼게 됩니다.ㅠㅠ
----------------------------------------
[4-3] 외교에서의 신뢰성 문제와 기밀 누설 우려

📜 원문


夫與他國相爭之事, 必須明白, 然後可以折服。 而所言若是做作, 則必不見信於他國, 情狀可惡。 且壬戌年信使時約條之事, 初無文書, 亦涉袐密, 若無傳說之人, 龍福何以得聞, 而有此呈訴他國之事乎?



📝 번역

외국과 다툴 일이 있다면 반드시 분명한 사실에 근거해야 상대국을 설득할 수 있을 텐데, 만약 그의 말이 꾸며낸 것이라면 외국에서 믿지 않을 것이고, 그 태도는 실로 가증스럽기까지 합니다.

또한 임술년(1682년) 사신 파견 당시의 조약 조건은 애초에 공식 문서가 없었고, 매우 기밀스러운 사안이었는데, 그에 대해 전해들은 자도 없는데 안용복이 어찌 알았으며 그 내용을 일본에 제출한단 말입니까?


좌부승지 유집일이 안용복을 향해 겨눈 칼날은 단지 개인의 진술 오류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안용복의 행위가 조선 외교 전반에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유집일은 강조합니다.

“외교는 반드시 분명한 사실에 근거해야 설득력이 있다.”


그런데 만약 안용복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 꾸며낸 것이라면?
외국은 조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며,
그는 그 태도를 가리켜 “실로 가증스럽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비판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허풍’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외교 신뢰와 체면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는 무거운 경고였습니다.



그리고 유집일의 결정타가 이어집니다.
그는 임술년(1682) 통신사 파견 당시의 기밀 외교 조항을 거론합니다.

그 조약은 문서화되지 않았고, 일부 고위층만 은밀히 공유했던 극비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안용복은 그 내용을 어찌 알고, 일본에 상소의 근거로 제출했는가?


이 질문 하나로 안용복은 궁지에 몰립니다.
평민인 그가 어떻게 접근조차 불가능한 기밀을 알았단 말인가?
유집일의 날카로운 추궁은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놓습니다.



1. 국가 기밀 유출의 가능성

▪︎ 어떻게 알았을까?

안용복이 통신사 행렬에 간접적으로 참여했거나,

관련 내용을 알고 있던 조선 내 인물에게 은밀히 귀띔받았을 가능성

또는 울릉도·독도 문제에 대한 비공식 정보 수집 활동을 했을 수도 있음


▪︎ 어떻게 사용했을까?

“조선 조정도 이미 이런 입장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행동이 민간인의 돌출이 아니라 조선의 연장선임을 설득

일본 측을 압박하는 데 기밀 정보는 아주 강력한 무기가 되었을 가능성



2. 허위 주장 가능성

▪︎ 어떻게 알았을까?

알지 못한 채로, 꾸며냈다.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 외교 조약을 지어냈을 가능성


▪︎ 어떻게 사용했을까?

일본에 “과거 조선 조정도 그랬다”고 속이며, 자신의 발언에 공식성을 입히려 함

조선을 믿게 하거나, 일본을 겁주기 위한 정치적 과장 가능성.



유집일의 전략적 의도

유집일은 안용복을 더 이상 “용기 있는 민간 외교가”로 보지 않습니다.
그는 안용복을

“자신의 공을 부풀리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국가를 곤란에 빠뜨린 불신의 인물”
로 낙인찍습니다.



이는 [4-2]의 진술 불일치보다 훨씬 강력한 공격입니다.

‘외교 기밀 누설’이라는 국기 문란 사안으로 격상되면서, 이제 안용복은 단순한 월경자가 아니라,
조선 외교를 위협하는 내부 변수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이 주장 이후, 조정의 분위기는 결정적으로 기울었을 가능성이 큽니다.더 이상 “그의 공도 있으니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대로 두었다간 외교적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 앞에 묻혀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