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속 인물과 기록/승정원일기

[승정원일기 속 안용복 #25] [4-4] 숙종22년10월13일 | 안용복, 조선 조정에 의해 ‘무력화’ – 진실 규명인가, 정치적 단죄인가

CurioCrateWitch 2025. 5. 26.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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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은 안용복 사건의 방향이 최종적으로 정해지는 순간입니다.


[4-4] 유집일의 재조사 요청과 윤지선의 동조, 그리고 왕의 윤허

📜 원문


此等事情, 極涉可疑, 更爲推問, 覈得其實狀後, 論罪, 宜矣。」 臣適知玆事本末, 故敢此仰達, 下詢于大臣處之, 何如? 趾善曰, 「龍福之言, 多有虛僞, 不可取信, 以此發爲問目, 更爲詳細究問, 宜矣。」 上曰, 「依爲之。」



📝 번역

“이러한 일들은 모두 매우 수상한 점이 많으니, 다시 철저히 조사하여 진상을 확인한 뒤 죄를 논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신이 이 일의 전말을 알기에 감히 아뢰오니, 대신들에게 물어 적절히 처리함이 어떻겠습니까?” 윤지선이 말하였다. “안용복의 말에는 허위가 많은 듯하니 믿을 수 없습니다. 이 점을 바탕으로 심문 항목을 마련하여 더욱 상세히 조사해야 마땅합니다.” 임금이 말하였다. “그리하라.”



🔍 해설|‘진실 규명’의 탈을 쓴 ‘안용복 무력화’ 전략

[4-4]는 유집일이 제기한 모든 의혹이 조정의 공식 입장과 방향으로 전환되는 전환점입니다.

그는 [4-2]~[4-3]에서 안용복의 진술 불일치, 성과 조작 의혹, 기밀 누설 가능성을 조목조목 제시해 왔습니다. 이제 유집일은 이 모든 의혹을 종합해 “철저히 다시 조사한 뒤 죄를 논하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진실 규명’이라는 명분 아래, 안용복의 ‘성과’를 부정하고 처벌을 공식화하기 위한 사법적 수순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어 유집일은 이 사안을 대신들과 논의해 적절히 처리하자고 제안하고, 윤지선이 강하게 동조합니다. “안용복의 말에는 허위가 많아 믿을 수 없다”는 그의 발언은, 강경 처벌 입장을 취해온 조정 내 보수 세력이 힘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윤지선의 동조는 단순한 의견 제시가 아니라, 정책적 정당화였으며 안용복 사건의 처리 방향을 결정지은 실질적 기폭제였습니다.

그리고 숙종은 짧게 “그리하라(依爲之)”고 윤허합니다. 그의 이 한마디는 숙종이 안용복의 공로보다, 체제 안정과 조정의 입장 유지를 더 중시했음을 의미합니다. 이전까지 숙종은 판단을 유보하며 조율자의 입장에 머물렀지만, ‘허위 진술’과 ‘기밀 유출’이라는 구체적 혐의 앞에서는 더 이상 중용의 태도를 유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국 이 단락은, 안용복의 ‘불편한 성과’를 체제 논리 속에서 무력화시키는 결정적 장면입니다. ‘진실을 밝힌다’는 외피를 쓴 이 판단은, 안용복 개인에게는 ‘죄’를 입히고, 조선 외교 구조의 보수성과 방어 본능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국가 체면과 기존 외교 틀을 지키기 위해, 한 개인의 성과는 은폐되고 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인권은 침해됩니다.

이는 조선 조정이 외교적 부담을 회피하고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어떻게 진실을 누르고, 개인을 희생시켰는지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단면입니다.


안타깝게도 이제부터 조선은 외교가 아닌 ‘안용복의 처벌’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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