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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일기 22년 9월 27일 (1696년)

[2-26]
원문
金鎭龜曰, 龍福, 雖可罪, 其意出於愚直,
其事, 又非可盡責於渠一人,
我國之人, 所往多矣, 然不嘗有如此之事,
今忽有此事, 則似不可不究極, 至於彼中, 或作詞訴訟, 則我不可以不知其故, 宜察其根由, 而以其根由, 告諭之, 可也。
번역
김진구가 말하길, “안용복은 죄를 지은 것이 맞으나, 그 의도는 어리석지만 곧은 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은 그 혼자만의 책임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사람 중 일본에 다녀온 자는 많았지만, 이전에는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이런 사건이 생겼으니, 마땅히 그 진상을 철저히 따져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일본 쪽에서 이를 근거로 소송이나 항의를 제기할 경우, 우리는 그 이유를 모른다고 할 수 없으니,
그 근본 원인을 살펴서 일본에 설명해 주는 것이 옳겠습니다.”
해설
모두가 안용복을 향해 분노의 화살을 겨누고 있을 때, 김진구는 유일하게 그 열기를 가라앉히고, 조선이 외교 주체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준비가 무엇인지 되묻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개인이 아닌 국가의 시선으로 사건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어요.
국가를 대표해 외교 협상에 나설 조정이 사건의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응답한다면, 대표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 인식이 그의 말에 깔려 있었습니다.
그는 어쩌면 국가 시스템이 감정으로 무너지는 것을 막아 준 조용한 안전장치 같은 사람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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