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정원일기 속 안용복 #16] 숙종 22년 10월 13일 울릉도 문제, 조선의 선택은?

숙종 22년 10월 13일 울릉도 문제, 조선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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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鬱島事, 使倭人不敢更有所開口, 則狡倭嘗試之計, 庶可少縮矣。操縱之權在我, 而日後之患可慮, 此實不可失之機, 乃是上策也。
如不能然, 亦宜使東萊府使, 送書於島主, 先陳龍福擅自呈文之罪, 更陳本島奪取龍福公文之狀, 且陳本島虛稱竹島之失, 分數開說, 委曲措辭, 待其回答, 然後處之, 可也。
然彼島, 嘗有活我漂民之恩, 所以屢致餽報, 今擬送文, 當亦緩語以寬之。 龍福斷罪之意, 決不可語及於書契中矣, 此爲中策也。 龍福斷罪之意, 決不可語及於書契中矣, 此爲中策也。


📝 번역

울릉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이 더는 입을 열지 못하도록 만든다면, 그간 왜인들이 교묘하게 시도해온 외교적 술책 역시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입니다.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는 지금, 장차 생겨날 외교적 우려를 고려할 때 이 기회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되며, 이는 실로 가장 이상적인 방책(上策)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차선책으로는 동래부사를 시켜 대마도주에게 공문을 보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 공문에는 먼저 안용복이 허가 없이 상소문을 제출한 책임을 밝히고, 이어 대마도가 그 공문을 강제로 빼앗은 사실, 또한 울릉도를 ‘죽도(竹島)’라 부르며 잘못 칭한 허위 주장까지 함께 기술해야 합니다.

각 사안을 조목조목 나누어 명확히 밝히되, 말의 수위는 조절하고 표현은 신중하게 골라 외교적이고 정중한 어조로 전달한 뒤, 상대 측의 답변을 받은 후 처리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마도는 예전에 우리 표류민을 살려 돌려보낸 은혜가 있고, 그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조선은 여러 차례 선물을 보낸 바 있으며, 이번에 보내려는 공문에서도 마땅히 말투를 부드럽게 하여 그들을 너그럽게 대해야 할 것이다.
단, 안용복을 처벌하려는 의도는 공문에 절대 언급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바로 차선책(中策)입니다.


🔍 해설｜상책과 중책 사이, 조선의 전략과 절제

이 대목은 안용복 사건을 계기로 조선 조정이 고심했던 대일 외교 노선을 잘 보여줍니다. 조정은 상황에 따라 상책(上策)과 중책(中策)을 구분하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였으며, 이는 단순한 사후 수습을 넘어 외교 구조 전반을 재정립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시사합니다.

상책은 대마도를 거치지 않고 일본 중앙정부와 직접 접촉하는, 즉 기존의 외교 경로를 전환하려는 구상이었습니다. 이는 조선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대마도 중개 외교의 관행을 흔드는 제안으로, 기존의 간접 외교 체계를 구조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움직임이었습니다.

반면 중책은 기존 외교 경로를 유지하면서, 동래부사를 통해 대마도에 공문을 보내 조선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그 응답을 바탕으로 후속 대응을 조율하자는 절충적 방안이었습니다.

조정은 문제가 되는 각 사안을 조목조목 정리하되, 표현은 절제하고 어조는 유연하게 조율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이는 갈등을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외교 질서를 유지하려는 현실적인 접근이었습니다.

특히 조정은 대마도가 과거 조선의 표류민을 구조해 돌려보낸 은혜를 언급하며, 이번 공문에서도 그들의 체면을 고려해 부드럽고 신중한 표현을 사용할 것을 논의합니다. 조선은 상호 신뢰와 인도적 기억을 중시하면서도, 상대의 태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 왔음을 보여주는 단서입니다.

결국 이 발언은, 조선이 안용복 사건을 단순한 일탈로 치부하지 않고, 당대의 외교 구조 전체를 조망하며 대응 방식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