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속 인물과 기록/승정원일기

[승정원일기 속 안용복 #17] [3-7] 숙종 22년 10월 13일 하책의 논리, 조선 외교의 무너진 자존

CurioCrateWitch 2025. 5. 2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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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숙종 22년 10월 13일
하책의 논리, 조선 외교의 무너진 자존

📜 원문

至若馬島用奸欺我之狀, 則不問而置之, 龍福呈文辯正之罪, 則先論而殺之, 惟求得免於島主之憾恨, 其示弱甚矣。且島主之意, 雖內以快其讐爲幸, 外必不肯釋然感謝於我, 今後凡事, 少有不如其意者, 反必以龍福藉口, 爲侮脅我國之語柄, 不久將以鬱島執言, 而連續送差, 我何以堪之乎? 似是下策云。


📝 번역

만약 대마도가 우리를 기만한 행위는 묻지 않은 채, 오히려 안용복이 상소문을 통해 일본의 허위를 바로잡은 것을 먼저 문제 삼아 죽이려 한다면, 그것은 도주의 노여움을 피하려는 비굴한 태도일 뿐입니다.

설령 도주는 그로 인해 속이 시원할지라도,
겉으로는 결코 조선에 감사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조금이라도 그의 뜻에 어긋나는 일이 생기면 반드시 안용복 사건을 빌미로 조선을 모욕하고 협박할 구실로 삼을 것입니다.

머지않아 다시 울릉도 문제를 들먹이며 외교 사절을 계속 보낼 것이니,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야말로 하책(下策)입니다.


🔍 해설|외교의 탈을 쓴 자기굴종 – 조선이 포기한 자존

이 대목은 조선이 절대 선택해서는 안 될 하책(下策)을 비판하며, 그 안에 숨겨진 조선 외교의 구조적 문제점과 심리적 트라우마를 드러냅니다.

조정이 안용복의 월권 행위만 문제 삼고,  쓰시마섬(對馬島, 대마도)의 기만 행위는 덮으려 하는 것은, 주권 국가로서의 위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입니다. 이는 조선이 쓰시마섬(對馬島, 대마도) 도주의 감정에 휘둘려 외교적 주도권을 내던지는 굴욕적인 선택입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은 "언제든 다시 침략당할 수 있다"는 깊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조선으로 하여금 외교적 논리보다 자기 검열과 자기 굴종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이 하책은 조선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주권 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적의 기분을 살피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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