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고전과 지혜/손자병법 – 전쟁이 아니라 판단의 책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손자병법으로 보는 부동산 정책의 함정

CurioCrateWitch 2026. 4. 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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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손자병법으로 보는 부동산 정책의 함정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 손자병법으로 보는 내부 소모전의 함정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시장이 멈추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이 강해질수록 시장은 왜 더 얼어붙을까? 손자병법의 관점에서 보면,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지금의 규제는 '조정'이 아니라 '내부 소모전'으로 작동하고 있다.


얼마 전 이재명 대통령이 SNS에 올린 한 마디가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강하게 예고했습니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이 발언은 강력한 규제 의지를 드러내지만, 동시에 정부와 시장(즉 국민 전체의 경제 행위)을 대결 구도로 설정하는 위험 신호이기도 합니다. 시장을 '정부의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부동산 정책은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국민 내부를 향한 소모전으로 변질될 위험이 커집니다.

여기에서 2,500년 전 손자병법의 통찰이 강하게 다가옵니다.


손자병법이 경고하는 내부 소모전

《작전편》은 분명히 말합니다.

兵久而國利者,未之有也.
(병구이국리자, 미지유야)
"전쟁이 길어져 나라에 이로운 경우는 없다."


《군쟁편》의 圍師必闕(위사필궐) 원칙도 같은 맥락입니다 — "적을 포위할 때는 반드시 한쪽 길을 열어주라."

너무 세게 몰아붙이면 상대는 결사항전하거나 버티고, 결국 포위하는 쪽도 함께 지치게 됩니다. 이것이 손자가 일관되게 경고한 내부 소모전의 본질입니다. 단순한 승패의 문제가 아니라, 과도한 압박이 양측 모두를 함께 갉아먹는다는 구조적 통찰이지요.


확장되는 규제의 포위망

현재 부동산 정책의 흐름을 보면 규제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2026년 5월 9일 시행)
  •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 검토)
  • LTV 강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유지·강화

말로는 투기 억제라는 선의에서 시작했지만, 규제 대상이 다주택자에서 비거주 1주택자, 농지 보유자까지 점점 확대되면서 시장 전체를 포위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의 실제 반응 (2026년 3월 기준)

  • 주택 매매심리지수: 전월 대비 9.8p 하락 (112.3)
  • 서울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 16.9p 급락
  •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 전년 대비 약 65% 감소 (9,597호)
  • 거래량 급감 + 매물 잠김(Lock-in) 현상 심화

(자료: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직방, 한국부동산원)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3~4월에는 다주택자들의 막판 매물이 일부 쏟아지며 시세 하락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헬리오시티 등 대단지에서는 시세 총액이 약 9,000억 원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예가 종료된 이후에는 오히려 매물이 급격히 잠기고 장기 관망세가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가격 조정이 아니라 시장 기능 자체가 마비되는 신호입니다.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 매물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다시 반등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손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과도한 포위는 움직임을 유도하기보다 버티거나 우회하는 반응을 만들어내고, 결국 양쪽 모두를 지치게 합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서민에게 정말 좋을까? — 자산 효과의 역설

"집값이 떨어지면 무주택자가 집 사기 쉬워지는 것 아닌가?"

직관적으로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러나 한국 가계자산의 약 60~70%가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는 구조를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큰 가격 하락은 다음과 같은 연쇄 반응을 일으킵니다.

  • 국민 전체 자산 가치 하락 → 소비 위축 (역자산효과)
  • 건설·인테리어·중개·금융 등 연관 산업 위축 → 일자리 감소
  • 대출이 많은 가계 → 담보 가치 하락으로 추가 부담

이는 단순한 시장 조정이 아니라, 국민(국가 유기체의 세포) 전체의 경제적 자생력을 갉아먹는 내부 소모전입니다. 문제는 가격 그 자체가 아니라, 가격 변화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입니다. 거래가 멈추고, 자본이 부동산에 잠긴 채 움직이지 않고, 재건축 같은 공급 경로가 막히면 — 이는 결국 국가 경제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며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인구 감소·고령화·생산성 정체라는 구조적 도전 앞에 서 있는 한국 경제가, 자기 발등을 찍는 방식으로 또 하나의 부담을 얹는 셈입니다.

손자는 《작전편》에서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夫鈍兵挫銳,屈力殫貨,則諸侯乘其弊而起,雖有智者,不能善其後矣.
(부둔병좌예, 굴력탄화, 즉제후승기폐이기, 수유지자, 불능선기후의.)
군대가 무뎌지고 사기가 꺾이며, 힘이 다하고 재물이 바닥나면 주변 세력들이 그 약점을 틈타 일어난다.

비록 지혜로운 자가 있어도, 그 뒤를 바로잡을 수 없다.

 


손자병법 관점에서 본 3가지 구조적 위험

1. 道(도)의 결여 — 上下同欲의 붕괴

손자가 《始計篇》에서 가장 먼저 꼽은 승리 조건은 道 — "위정자와 백성이 한마음이 되는 것(上下同欲)"입니다. 그런데 특정 계층(다주택자, 시장 참여자 등)을 지속적으로 적으로 규정하면 국민 내부의 신뢰와 결속이 깨집니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미리 소진시키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여기서 정치학이 함께 경고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내부 위기 상황에서 특정 집단을 '공공의 적'으로 설정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을 관심전환전쟁(Diversionary War) 이라 부릅니다. Gelpi(1997) 등의 연구는 이러한 전략이 단기적 정치적 효과는 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국가 전체의 자원을 소모시킨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시장을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 길에 들어선 셈입니다.

2. 자가면역질환 — 면역 체계가 자기 세포를 공격할 때

국가를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정책은 국민(세포)을 보호하는 면역 체계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규제가 오히려 가계의 자산 이동성과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이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구조가 됩니다.

 

3. 法의 부재 — 자기 정책끼리 부딪히는 모순

손자는 《始計篇》에서 전쟁의 승부를 가르는 다섯 가지(五事) 중 하나로 法을 꼽았습니다. 그가 말한 法은 단순한 군법이 아니라 曲制·官道·主用 — 조직 편제, 명령 체계, 자원 운용의 일관성입니다. 명령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지 않으면 아군은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모릅니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정확히 이 法이 흐트러진 상태입니다. "공급 확대"라는 목표를 외치면서 동시에 재초환 강화로 사업성을 떨어뜨리면, 시장 참여자에게 도달하는 신호는 정반대입니다.

일부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는 세대당 추가 부담금 7~8억 원이 예상되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공급을 늘리겠다"는 목표와 "입주 물량 65% 급감"이라는 현실이 동시에 나타나는 — 法의 부재가 만들어내는 전형적 모순입니다.


결론: 伐謀(벌모)의 길로 전환해야

손자병법 최고의 전략은 伐謀 — 싸우지 않고 상대의 계산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모공편》은 이렇게 말합니다.

上兵伐謀,其次伐交,其次伐兵,其下攻城.
(상병벌모, 기차벌교, 기차벌병, 기하공성)
"최상의 용병은 적의 계략을 치는 것,
그 다음은 동맹을 끊는 것,
그 다음은 적군을 치는 것,
가장 하책이 성을 공격하는 것이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은 어디에 있을까요? 시장을 적으로 규정하고 직접 압박하는 것은 손자가 말한 攻城 — 가장 하책에 해당합니다.

伐謀의 길로 전환하려면:

  • 단기: 양도세·장특공제 정상화, 거래세 완화, 예측 가능한 정책 신호
  • 중기: 5년 공급 로드맵 구체화, 재초환 합리적 보완 (부담금 상한 등)
  • 장기: 시장을 적이 아닌 협력 파트너로 보는 프레임 전환

마무리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말은 분명 의미 있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인식이 대결이 아니라 조율의 방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정책은 힘을 갖게 됩니다.

손자병법은 첫 편 첫 줄에서 이렇게 시작합니다.

兵者,國之大事,死生之地,存亡之道,不可不察也.
(병자, 국지대사, 사생지지, 존망지도, 불가불찰야)

"전쟁은 나라의 큰 일이며, 죽고 사는 자리이고, 존망의 길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와 시장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不可不察也 —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소모되는 것은 시장도 정부도 아닌, 우리 모두의 경제적 미래가 될 것입니다.

🧙‍♀️


✅ 4. 한 줄 요약

 

강하게 누를수록 시장은 움직이지 않으며, 이는 곧 시장이 망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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