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菜根譚) - 원문 전집 #33》 [033]
📜 원문
放得功名富貴之心下,便可脫凡;
放得道德仁義之心下,纖可入聖。
📚 번역
공명과 부귀를 향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곧 속세를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를 향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비로소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 한자 풀이
- 放 (놓을 방): 놓다, 내려놓다, 버리다.
- 得 (얻을 득): 얻다; 할 수 있다, 가능하다 (동사 뒤에 붙어 가능이나 결과를 나타냄).
- 放得 (방득): 놓을 수 있다, 내려놓을 수 있다.
- 功 (공 공): 공적, 업적.
- 名 (이름 명): 명성, 명예.
- 功名 (공명): 공적과 명성, 공적과 명예, 입신출세.
- 富 (부유할 부): 부유함, 재물.
- 貴 (귀할 귀): 귀함, 지위.
- 富貴(부귀): 부와 귀함, 부와 지위, 재물과 지위, 부귀영화.
- 功名富貴(공명부귀): 공명과 부귀, 명예와 재물, 세상적인 성공.
- 之 (갈 지): ~의.
- 心 (마음 심): 마음, 생각, 집착.
- 功名富貴之心(공명부귀지심): 공명과 부귀를 바라는 마음.
- 下 (아래 하): 아래, 이래로, 내려놓다, 버리다, 아래로 (내려놓음).
- 之心下 (지심하): 마음에 (있는 것을) 내려놓다.
- 放得…心下(방득…심하): …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다.
- 放得功名富貴之心下 (방득공명부귀지심하): 공명과 부귀에 대한 마음/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 便 (편할 편): 곧, 바로, 즉시.
- 可 (옳을 가): ~할 수 있다, 가능하다.
- 脫 (벗을 탈): 벗어나다, 벗다.
- 凡 (무릇 범): 평범하다, 속되다, 속됨, 평범함, 속세.
- 脫凡 (탈범): 속됨에서 벗어나다, 범인의 경지를 벗어나다.
- 道 (길 도): 도리, 진리, 도덕.
- 德 (덕 덕): 덕, 도덕.
- 道德 (도덕): 도덕, 도리와 덕, 도리와 인격.
- 仁 (어질 인): 어짊, 인자함.
- 義 (옳을 의): 의리, 의로움.
- 仁義 (인의): 인과 의, 어짊과 의로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
- 道德仁義 (도덕인의): 도덕과 인의.
- 道德仁義之心(도덕인의지심): 도덕과 인의를 지키려는 마음.
- 纖 (가는 실 섬): 작다, 미미하다, 가느다랗다; 점차, 드디어, 가히, 비로소, 간신히. (여기서는 '겨우', '마침내', '가히'의 의미로 쓰임)
- 入 (들 입): 들어가다, 도달하다.
- 聖 (성인 성): 성인, 거룩한 경지.
- 入聖 (입성): 성인의 경지에 들어가다.
🔍 해설
이 구절은 진정한 깨달음과 성숙은 집착의 내려놓음에서 비롯된다는 깊은 통찰을 전합니다.
1️⃣ 공명과 부귀를 내려놓아야 속됨을 벗어난다
사람들은 누구나 공명과 부귀를 좇습니다. 출세와 성공, 재물과 명예를 얻기 위해 애쓰며 그것을 삶의 목표로 삼지요. 하지만 그 마음에 매여 있는 한, 인간은 속됨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 욕망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일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이는 무소유의 가르침처럼, 물질적 집착을 버릴 때 오히려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더 넓은 세계를 보게 된다는 뜻입니다.
2️⃣ 도덕과 인의조차 내려놓아야 성인의 경지에 이른다
더 나아가, 도덕과 인의마저 내려놓아야 성인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도덕과 인의가 쓸모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에 매달려 스스로를 속박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진정한 도는 ‘의식적으로 지키려 애쓰는 것’을 넘어, 몸과 마음에 스며 자연스럽게 흘러야 합니다.
성인의 경지는 억지로 도덕을 실천하려 애쓰는 자리가 아니라, 이미 그것을 넘어선 자리에 있다는 뜻이지요.
※ 흉악범과의 구별: 참된 '내려놓음'의 의미
여기서 말하는 '내려놓음'은 흉악범이 도덕을 저버리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성인(聖人)의 경지에서 도덕과 인의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그것들을 의식적으로 지키려 애쓰는 마음이나, 도덕적이라는 '생각' 자체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는 의미입니다.
성인에게 도덕과 인의는 이미 그의 존재 깊숙이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이지, 억지로 지켜야 할 규율이 아닙니다.
마치 명인이 악기를 연주할 때 음 하나하나를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듯 말입니다.
이는 도덕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의 본질을 완벽하게 '내면화'하여 더 이상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 없는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반면, 흉악범은 도덕과 인의를 의도적으로 '거부'하거나 '무시'합니다. 그들의 행동은 이 미덕들을 초월했기 때문이 아니라, 미덕에 대한 결핍이나 경시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이는 성인의 '내려놓음'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파괴적인 행위입니다.
🌱 결론
이 구절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붙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공명이든 부귀든, 도덕이든 인의든, 내려놓을 수 있는가?”
진정한 자유와 깨달음은 내려놓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마음까지도 비울 때, 비로소 우리는 더 높고 깊은 삶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