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속 인물과 기록/승정원일기

[승정원일기 속안용복 #20] [3-10] 숙종22년10월13일 | "안용복은 죽여야 한다."는 윤지선의 외침과 세 갈래 시선

CurioCrateWitch 2025. 5. 2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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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윤지선: 우물 안의 원칙주의자, 조선식 맹목의 상징

📜 원문

尹趾善曰,
不殺龍福, 則末世奸民, 必多生事他國者,
義州民人等, 亦多有效之者, 龍福, 何可不殺乎?

📝 번역

윤지선이 말하였다.
“안용복을 죽이지 않는다면, 말세의 간사한 백성들이 반드시 외국에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많아질 것입니다.
의주의 백성들 또한 그를 본받는 자들이 많을 터이니, 어찌 안용복을 죽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해설 | 윤지선: 질서 앞에 고개 숙인 원칙주의자

윤지선은 안용복을 ‘반드시 처형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인물이입니다.
그의 논리는 간명합니다.

“그를 살려두면 다른 백성들도 흉내낼 것이다.”

외교적 성과도, 쓰시마섬(對馬島, 대마도)의 기만도, 일본과의 권력 구조도 그의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건 국내 질서의 균열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그것이 곧 조선의 안전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시선이 너무 좁았다는 점입니다. 그는 조선의 법질서만 바라보았을 뿐, 조선을 둘러싼 외교적 지형과 변화의 흐름은 전혀 읽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조선의 권위를 지키려던 그의 주장은, 조선의 외교 주권을 약화시킬 수 있는 역설을 낳고 있습니다.

윤지선은 그렇게, 시대의 흐름보다 관습을, 전략보다 규율을 앞세운 ‘우물 안 질서지킴이’였습니다.

조선은 어쩌면, 그가 지키고자 했던 질서 속에서 스스로 외교의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같은 하늘, 다른 시선>

남구만·신여철·윤지완, 그들이 본 안용복

한 사람의 행동이 조선 전체를 흔들었습니다.

안용복을 두고 조정은 격렬한 토론에 휩싸였고, 그 중심에는 각기 다른 입장에서 그를 바라보는 세 명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선 우물의 크기와 깊이만큼, 바라본 하늘도 달랐습니다.”


▪︎ 남구만(도승지)

왕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조정과 임금 사이를 오가며 정책 실행의 실마리를 고민한 인물입니다.

→ “기회다! 이건 상책이다!”
→ 안용복의 행동을 대마도 기만 폭로의 결정적 증거로 보고, 이를 활용해 외교적 반격의 발판을 삼아야 한다고 주장.

(도승지: 국왕의 명을 출납하고 조정의 실무를 총괄하는 승정원의 핵심 관직)


▪︎ 신여철(중추부사)

외교·군사 업무를 총괄하며 국제 질서와 국가 이익을 함께 고민해야 했던 자리

→ “공로와 허물을 함께 보아야 한다.”
→ 법적 처벌도 필요하지만, 외교적 성과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균형의 시각 제시.

(증추부사: 외교·군무 관련 자문을 맡는 고위관직. 안보와 현실 외교를 함께 조율.)


▪︎ 윤지선(좌참찬)

국정의 질서와 내부 통제를 책임지는 입장.

→ “사형은 불가피하다. 죄부터 다스려야 한다.”
→ 질서를 해치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는 명확한 원칙론

(좌참찬: 국정 전반을 보좌하는 의정부 핵심 대신직. 질서와 원칙을 중시.)



같은 바다를 두고,
누구는 칼을 들었고, 누구는 지도를 그렸으며, 누구는 법전을 펼쳤습니다.
그것이 조선 조정이 본 안용복의 세 얼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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