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서 속 인물과 기록/승정원일기

[승정원일기 속 안용복 #32] [9] 숙종 23년 4월 11일 (1697년) 왕권과 신권의 줄다리기, 멈추지 않는 사형 요구 상소

CurioCrateWitch 2025. 5. 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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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掌令柳重茂·李東馣啓曰, 請還收罪人安龍福減死定配之命。措語同前。 請還收遠竄罪人李元齡等放釋之命。措語同前。 請還收安置罪人沈季良量移之命。 請還收柳緯漢放釋之命。措語同前。 請前兵使洪時疇削去仕版。措語同前。
答曰, 勿煩。


📚 번역

장령 유중무와 이동암이 아뢰었다.
“죄인 안용복에게 내려진 감형(사형을 면해 줌) 및 유배(감사절사 정배)의 명령을 거두어 주시기를 청한다.” → (조정의 답: 같은 표현)
“유배된 죄인 이원령 등의 석방 명령을 철회해 주십시오.” → (같은 표현)
“안치된 죄인 심계량의 이송 명령을 철회해 주십시오.”
“유위한의 석방 명령도 철회해 주십시오.” → (같은 표현)
“전 병사 홍시주의 관직 삭제를 청한다.” → (같은 표현)

임금이 답하였다.
“신경 쓰지 마라.”


🔍 해설|단 세 글자, 그러나 모든 것을 닫은 명령

이날 조정에서는 또다시 전날과 똑같은 요청이 상소로 올라왔습니다.
안용복의 유배형을 취소하고 더 강한 처벌을 해 달라는 재상소,
하지만 이번에는 숙종이 더 짧고 더 단호한 한 마디로 끝냅니다.

"勿煩" — 귀찮게 하지 마라. 신경 쓰지 마라.



이것은 무성의한 대답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논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종결 선언입니다.



🧭 반복되는 상소, 반복되지 않은 반응

전날에는 “불허(不允)”

오늘은 “물번(勿煩)”


같은 요청, 다른 어조.
이는 숙종이 점점 더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워하며,
강한 무응답, 침묵의 방식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의미입니다.


💥 신하들의 집요함 vs 군주의 절단력

신하들: 하루 만에 같은 내용을 상소하며, 안용복 문제를 포기하지 않음

숙종: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겠다며 짧고 강하게 선을 긋는다

이것은 단순한 처벌 문제가 아니라
왕권과 신권의 줄다리기,
정의와 현실 사이의 정치적 결단이 충돌한 장면이었습니다.




🖋️ 이 한 문장이 보여주는 것

정치란 무엇인가?

역사 속 이름은 어떻게 기억되고, 어떻게 사라지는가?

한 인물이 국익과 외교 질서 앞에서 감내해야 했던 희생은 정당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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