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고전과 지혜/채근담

《채근담 (菜根譚)》 원문 전집 (前集) (225) 초벌 번역 후 계속 수정 중

CurioCrateWitch 2025. 6. 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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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벌 번역입니다. 게속해서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編意自見 )이 되도록 읽으며 수정해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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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의 번역과 해설은 기존의 어떤 번역서나 해설서도 참고하지 않고,
원문에 대한 깊은 사색과 철저한 어휘 분석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다만 원문의 해석은 문맥과 시대어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며,
본 해설 또한 일정한 주관과 사유에 기반하고 있어 부분적인 오류나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단 복제 및 인용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채근
담 (菜根譚) 원문 전집 (前集) (225)


001칙
棲守道德者,寂寞一時;依附權勢者,淒涼萬古。故達人觀物外之物,思身後之身,寧受一時之寂寞,毋取萬古之淒涼。

 

도덕을 지키는 이는 잠시 적막할 뿐이지만, 권세에 의지하는 자는 영원히 쓸쓸하게 된다. 그러므로 도를 깨달은 사람은 겉모습 너머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죽음 이후의 자신까지 헤아리며, 차라리 한때의 적막함을 감수할지언정 영원한 쓸쓸함을 택하지 않는다.


002칙
涉世淺,點染亦淺;歷事深,機械亦深。故君子與其練達,不若朴魯;與其曲謹,不若疏狂。

도덕을 지키는 이는 잠시 적막할 뿐이지만, 권세에 의지하는 자는 영원히 쓸쓸하게 된다. 그러므로 도를 깨달은 사람은 겉모습 너머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죽음 이후의 자신까지 헤아리며, 차라리 한때의 적막함을 감수할지언정 영원한 쓸쓸함을 택하지 않는다.

 

003칙
君子之心事,天青日白,不可使人不知。君子之才華,玉韞珠藏,不可使人易知。


군자의 마음가짐은 푸른 하늘과 밝은 햇살과 같이,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는 게 없어야 하며,
군자의 뛰어난 능력은 옥을 숨기고 진주를 감추 듯, 다른 사람들이 쉽게 알아차리게 해서는 안 된다.

 

004칙
勢利紛華,不近者為潔,近之而不染者為尤潔;

智械機巧,不知者為高,知之而不用者為尤高。

 

권세와 영화로움을 가까이하지 않는 이도 깨끗하지만,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이는 더욱 깨끗하다. 간계와 기교를 모르는 이도 고상하지만, 알면서도 쓰지 않는 이는 더욱 고상하다.

 

005칙
耳中常聞逆耳之言,心中常有拂心之事,纔是進德修行的砥石。

若言言悅耳,事事快心,便把此生埋在鳩毒中矣。


귀에 거슬리는 말을 늘 듣고, 마음에 거슬리는 일이 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덕을 쌓고 수양하는 숫돌이다. 만약 모든 말이 귀에 즐겁고, 모든 일이 마음에 쾌하다면, 그 삶은 이미 비둘기 독(달콤한 독)에 묻힌 것과 같으리라.


006칙
怒雨疾風,禽鳥戚戚;霽日光風,草木欣欣。可見天地不可一日無和氣,人心不可一日無喜神。

 

성난 비와 거센 바람에는 새들도 근심에 잠기고, 맑게 갠 날의 따스한 바람에는 풀과 나무도 기뻐한다. 이로 보건대 천지는 하루라도 온화한 기운(和氣)이 없어서는 안 되며, 사람의 마음 또한 하루라도 기쁨의 기운(喜神)이 없어서는 안 된다.

 

007칙
釀肥辛甘非真味,真味只是淡;神奇卓異非至人,至人只是常。

기름지고 맵고 단 맛은 참맛이 아니니, 참맛은 그저 담백함에 있다. 신비하고 탁월한 이는 지극한 사람이 아니니, 지극한 사람은 그저 평범할 뿐이다.

008칙
天地寂然不動,而氣機無一息少停;日月晝夜奔馳,而貞明則萬古不易。故君子閒時要有喫緊的心思,忙處要有悠閒的趣味。

천지는 고요히 움직이지 않는 듯하나, 그 기운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해와 달은 밤낮으로 내달리나, 그 곧고 밝음은 만고에 변치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한가할 때에도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하고, 바쁠 때에도 한가로운 흥취를 지녀야 한다.


009칙
夜深人靜,獨坐觀心,始覺妄窮而真獨露,每於此中得大機趣;既覺真現而妄難逃,又於此中得大慚忸。

밤이 깊어 고요할 때 홀로 앉아 마음을 관조하면, 비로소 망상이 사라지고 진실이 홀로 드러남을 깨달으니, 이 순간마다 크고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지만, 진리를 알아도 망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음을 다시 느끼며, 그 속에서 스스로 크게 부끄럽고 참회하게 된다.


010칙
恩裏由來生害,故快意時,須早回頭;敗後或反成功,故拂心處,莫便放手。

은혜 속에서 도리어 해로운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 뜻대로 될 때일수록 일찍이 마음을 돌이켜야 한다. 실패한 뒤에 오히려 성공할 수도 있으니, 마음에 거슬리는 상황이라 하여 쉽사리 손을 놓지 마라.


011칙
藜口莧腸者,多冰清玉潔;袞衣玉食者,甘婢膝奴顏。蓋志以澹泊明,而節從肥甘喪也。

 

명아주 나물과 비름나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대개 얼음처럼 맑고 옥처럼 깨끗하다. 비단옷을 입고 귀한 음식을 먹는 사람은  종처럼 무릎을 꿇고 아첨하는 것을 기꺼이 감수한다. 대체로 사람의 뜻은 욕심 없이 소박한 삶 속에서 분명해지고, 절개는 기름지고 단 음식 좇다가 잃어버린다.


012칙
面前的田地要放得寬,使人無不平之歎;身後的惠澤要流得長,使人有不匱之思。

눈앞의 이익은 너그러이 베풀어 사람들이 불평하지 않게 하고, 죽은 뒤의 은택은 오래도록 흘러 사람들이 부족함을 느끼지 않게 하라.


013칙
徑路窄處,留一步與人行;滋味濃的,減三分讓人嗜。此是涉世一極安樂法。
길이 좁은 곳에서는 한 걸음 물러나 다른 이에게 길을 내주고,
맛이 진하면 삼할 쯤 덜어 다른 사람이 즐기게 하라.
이것이야말로 세상살이에서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방식이다.


014칙

作人無甚高遠事業,擺脫得俗情,便入名流;為學無甚增益工夫,減除得物累,便超聖境。
사람됨에 있어 특별히 고상하고 원대한 업적은 없다.
속된 감정을 떨쳐내면 곧 명망 있는 반열에 들 수 있다.
학문에 있어 특별히 뛰어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물질적 집착을 덜어내면 성인의 경지를 넘어설 수 있다.


015칙
交友須帶三分俠氣,做人要存一點素心。
벗을 사귈 때는 삼할쯤 의로움과 의협심(俠氣)을 지니고,
사람으로 살아갈 때는 다소나마  소박한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

016칙
寵利母居人前,德業母落人後;受享母踰分外,修為母減分中。
총애나 이익은 남보다 앞서려 하지 말고,
덕행과 공적은 남보다 뒤처지지 않게 하라.
누리는 것은 분수를 넘지 말고, 수양은 분수 안에서도 줄이지 마라.

017칙
處世讓一步為高,退步即進步的張本;待人寬一分是福,利人實利己的根基。
세상살이에선 한 걸음 양보하는 것이 도리어 고결한 태도이며,
물러섬이야말로 다시 나아갈 기반이 된다.
사람을 대할 때 한층 너그러움은 복이요,
남을 이롭게 함은 결국 자신에게 이로움의 뿌리가 된다.

018칙
蓋世功勞,當不得一個矜字;彌天罪過,當不得一個悔字。
세상을 뒤덮을 만한 큰 공로도 자랑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고,
하늘을 뒤덮을 만한 큰 죄악도 ‘뉘우칠 회(悔)’ 자 하나에 무너진다.

019칙
完名美節,不宜獨任,分些與人,可以遠害全身;辱行污名,不宜全推,引些歸己,可以韜光養德。

드높은 명예와 아름다운 절개는 혼자 독차지하지 말고,
조금 나누어 남에게도 돌리면 해를 멀리하고 몸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수치스러운 행동이나 더러운 명예는 전부 남 탓으로 돌리지 말고,
조금은 스스로 감당하면 빛을 숨기고 덕을 기를 수 있다.


020칙
事事留個有餘不盡的意思,便造物不能忌我,鬼神不能損我。若業必求滿,功必求盈者,不生內變,必召外憂。

매사에 여유를 두고 다 채우지 않겠다는 생각을 지니면, 조물주조차 나를 시기하지 못하고, 귀신도 나를 해치지 못한다.

만약 하는 일마다 반드시 가득 차기를 바라고, 공적마다 반드시 넘치기를 바란다면, 내면의 변란이 없더라도 반드시 외부의 근심을 불러오게 된다.

021칙
家庭有個真佛,日用有種真道。人能誠心和氣,愉色婉言,使父母兄弟間,形骸兩釋,意氣交流,勝於調息觀心萬倍矣。

가정에도 참된 부처가 있고, 일상에도 참된 도(道)가 있다.
사람이 진심 어린 온화한 마음을 지니고, 즐거운 얼굴에 부드러운 말로 부모 형제를 대하면,
형식과 겉모습을 넘어 마음과 기운이 서로 오가게 된다
이런 경지는 호흡을 고르고 마음을 관조하는 수행보다 만 배는 낫다.

022칙
好動者,雲電風燈;嗜寂者,死灰槁木。須定雲止水中,有魚躍鳶飛氣象,纔是有道的心體。

움직이기를 좋아하는 자는 구름 속의 번개요, 바람 속의 등불이며,
고요함을 탐닉하는 자는 다 타버린 재요, 마른 나무이다.

멈춘 구름과 고요한 물 속에서도 물고기가 뛰고 솔개가 나는,
그런 생동하는 기상이 깃들어야 비로소 '도(道)'가 있는 마음의 본체다.

023칙
攻人之惡,母太嚴,要思其堪受;教人之善,毋過高,當使其可從。
남의 허물을 꾸짖을 땐 너무 엄하지 않도록, 그가 감당할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하고,
남에게 선을 가르칠 때는 너무 높지 않도록, 그가 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024칙
糞蟲至穢,變為蟬而飲露於秋風;腐草無光,化為螢而耀采於夏月。固知潔常自污出,明每從晦生也。
똥벌레는 더럽지만 변해 매미가 되어 가을바람 속 이슬을 마시고,
썩은 풀은 빛이 없지만 반딧불이가 되어 여름밤을 밝힌다.
진정한 맑음은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언제나 어둠에서 비롯됨을 알겠다.

025칙
矜高倨傲,無非客氣,降伏得客氣下,而後正氣伸;情欲意識,盡屬妄心,消殺得妄心盡,而後真心現。
거드름과 거만함은 모두 외부에서 들어온 객기(客氣)이니,
이를 누른 뒤에야 바른 기운이 펼쳐진다.
정욕과 의식은 모두 망상의 마음에서 비롯되니,
망심을 없앤 뒤에야 비로소 참된 마음이 드러난다.

026칙
飽後思味,則濃淡之境都消;色後思淫,則男女之見盡絕。故人常以事後之悔悟,破臨事之癡迷,則性定而動無不正。
배부른 뒤에 맛을 따지면 진한 맛과 싱거운 맛의 구분이 사라지고,
색욕을 탐한 후에야 음란함을 되새기면 남녀의 집착도 사라진다.
그러니 사람은 일이 지난 뒤의 후회와 깨달음으로
그 순간의 미혹을 깨뜨려야 본성이 안정되고, 행동도 바르게 된다.

027칙
居軒冕之中,不可無山林的氣味;處林泉之下,須要懷廊廟的經綸。
높은 관직에 있어도 산림 같은 소박한 기풍을 잃지 말고,
자연 속에 살아도 조정의 경륜과 큰 뜻을 품어야 한다.

028칙
處世不必邀功,無過便是功;與人不求感德,無怨便是德。

세상살이에 공을 바라지 말고, 허물이 없으면 그것이 곧 공이다.
남에게 베풀고 감사받기를 바라지 말고, 원망이 없으면 그것이 곧 덕이다.

029칙
憂勤是美德,太苦則無以適性怡情;澹泊是高風,太枯則無以濟人利物。
근심하고 부지런함은 아름다운 덕이나,
너무 고되면 본성을 편안히 하고 마음을 기쁘게 할 수 없다.
담백하고 절제된 삶은 고상한 품격이지만,
너무 메마르면 사람을 돕고 사물을 이롭게 하기 어렵다.

030칙
人至事窮勢蹙,宜原其初心;士當行滿功成,要觀其末路。
사람이 일이 막히고 형세가 다했을 땐, 그가 처음 가졌던 마음을 살펴야 하고,
선비가 행실을 다하고 공을 이루었을 땐, 그 마지막 가는 길을 보아야 한다.

031칙
富貴家宜寬厚,而反忌刻,是富貴而貧賤其行矣,如何能享?
聰明人宜斂藏,而反炫耀,是聰明而愚懵其病矣,如何不敗?
부유하고 귀한 집안은 마땅히 너그러워야 하는데 오히려 시기하고 혹독하다면,
이는 겉으로는 부귀하지만 그 행실은 가난하고 천하니, 어찌 복을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재능을 감추어야 하는데 도리어 뽐내고 자랑한다면,
이는 똑똑하면서도 어리석은 병이 있는 것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

032칙
居卑而後知登高之為危,處晦而後知向明之太露;
守靜而後知好動之過勞,養默而後知多言之為躁。
낮은 자리에 머문 뒤에야 높은 데 오르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알게 되고,
어두운 곳에 있어본 뒤에야 밝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노출되는 일인지 알게 된다.
고요함을 지켜본 뒤에야 활동을 즐기는 것이 얼마나 피로를 부르는지 알게 되고,
침묵을 길러본 뒤에야 말이 많은 것이 얼마나 조급한 것인지를 알게 된다.

033칙
放得功名富貴之心下,便可脫凡;
放得道德仁義之心下,纖可入聖。
공명과 부귀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으면 곧 속됨에서 벗어날 수 있고,
도덕과 인의조차 내려놓을 수 있다면, 가히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

034칙
利慾未盡害心,意見乃害心之蟊賊;
聲色未必障道,聰明乃障道之藩屏
이익과 욕망이 아직 마음을 해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자기만의 사사로운 견해야말로 마음을 해치는 도둑이다.
소리와 색이 반드시 도를 막는 건 아니지만,
총명함은 도를 가로막는 울타리일 수 있다.

035칙
人情反覆,世路崎嶇。
行不去處,須知退一步之法;
行得去處,務加讓三分之功
세사 인심은 변덕스럽고, 세상살이는  험하다.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자리에서는 물러서는 법을 알고,
나아갈 수 있는 자리에서는 반드시 삼할쯤 양보하는 공을 더해야 한다.

036칙
待小人,不難於嚴,而難於不惡;
待君子,不難於恭,而難於有禮
소인을 엄격히 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미워하지 않고 대하기는 어렵다.
군자에게 공손하기는 쉬우나, 진정한 예의를 갖추는 일은 어렵다.

037칙
寧守渾噩而黜聰明,留些正氣還天地;
寧謝紛華而甘澹泊,遺個清名在乾坤。
차라리 어수룩하고 소박함을 지켜 총명을 물리치고,
천지에 바른 기운을 조금이라도 돌려주는 것이 낫다.
차라리 세상의 화려함을 사양하고 담백한 삶을 달게 여기며,
천지 사이에 맑은 이름을 남기는 것이 낫다.

038칙
降魔者,先降自心,心伏,則群邪退聽;
馭橫者,先馭此氣,氣平,則外橫不侵。
마귀를 항복시키려는 자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야 하며,
마음이 복종하면 모든 사악한 기운이 물러난다.
횡포한 자를 제압하려는 자는 먼저 자기 기운부터 다스려야 하니,
기운이 평온하면 바깥의 횡포는 침입하지 못한다.

039칙
教弟子,如養閨女,最要嚴出入,謹交遊。
若一接近匪人,是清淨田中,下一不淨種子,便終身難植嘉禾矣。
제자를 가르치는 것은 규수(閨女)를 기르듯 해야 하니,
출입을 엄하게 하고 친구 관계를 신중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번이라도 불량한 자와 가까이하면,
깨끗한 밭에 더러운 씨앗을 심는 것이 되어, 평생 좋은 곡식을 기르기 어렵다.

040칙
慾路上事,母樂其便而姑為染指,一染指便深入萬仞;
理路上事,無憚其難而稍為退步,一退步便遠隔千山。
욕망의 길에 있는 일은 그 편리함을 즐겨 잠시 손대지 마라.
한 번 손대면 곧 만 길 깊이 빠져든다.
이치의 길에 있는 일은 그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물러서지 마라. 한 번 물러서면 곧 천 산 멀리 격리된다.

041칙
念頭濃者,自待厚,待人亦厚,處處皆濃;
念頭淡者,自待薄,待人亦薄,處處皆淡。
故君子居常嗜好,不可太濃豔,亦不宜太枯寂。
생각이 진한 자는 자신에게 후하고 남에게도 후하니, 어디서나 모든 것이 진해진다.
생각이 담백한 자는 자신에게 박하고 남에게도 박하니, 어디서나 모든 것이 담백해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평소 기호를 지나치게 진하거나 화려하게 하지 말고,
또 너무 메마르게 해서도 안 된다.

042칙
彼富我仁,彼爵我義,君子固不為君相所牢籠;
人定勝天,志壹動氣,君子亦不受造物之陶鑄。
저들이 부유하다면 나는 어질고, 저들이 고관이라면 나는 의롭다.
군자는 본디 임금이나 재상이 얽어매는 존재가 아니다.
사람의 뜻은 하늘도 이기고, 한결같은 의지는 기운도 움직인다.
그러니 군자는 조물주의 틀에도 갇히지 않는다.

043칙
風恬浪靜中,見人生之真境;
味淡聲希處,識心體之本然。
바람이 잠잠하고 물결이 고요한 가운데서 인생의 진경(眞境)을 보고,
맛이 담백하고 소리가 적은 곳에서 마음의 본래 모습을 깨닫는다.

044칙
立身不高一步立,如塵裏振衣,泥中濯足,如何超達;
處世不退一步處,如飛蛾投燭,羝羊觸藩,如何安樂。
자신을 세움에 한 걸음 더 높게 서지 못하면,
먼지 속에서 옷을 털고 진흙 속에서 발을 씻는 것과 같으니,
어찌 통달할 수 있겠는가?
세상살이에 한 걸음도 물러설 줄 모르면,
촛불로 뛰어드는 나방, 울타리에 머리 찧는 숫양 같으니,
어찌 편안하고 즐거울 수 있겠는가?

045칙
學者要收拾精神,併歸一路。
如修德而留意於事功名譽,必無實詣;
讀書而寄興於吟詠風雅,定不深心。
배우는 이는 정신을 가다듬어 한 길로 모아야 한다.
덕을 닦으면서도 공명과 명예에 마음을 두면 참된 경지에 이를 수 없고,
책을 읽으면서 시와 풍류에만 흥취를 두면 결코 마음이 깊어지지 않는다.

046칙
人人有個大慈悲,維摩屠創無二心也;
處處有種真趣味,金屋茅簷非兩地也。
只是慾蔽情封,當面錯過,便咫尺千里矣。
사람마다 본래 큰 자비심이 있어 유마거사와 도살자의 본마음에 차이가 없다.
어디에나 진짜 흥취가 있으니, 금전옥실이나 초가집이나 다르지 않다.
다만 욕망이 가리고 감정이 막으면 눈앞의 것을 놓치게 되고,
지척도 천리처럼 멀어진다.

047칙
進德修道,要個木石的念頭,若一有欣羨,便趨慾境;
濟世經邦,要段雲水的趣味,若一有貪著,便墮危機。
덕을 닦고 도를 수양하려면 나무와 돌처럼 담담한 마음이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부러워하는 마음이 생기면 욕망의 세계로 나아가게 된다.
세상을 구하고 나라를 다스리려면 구름과 물처럼 유유한 흥취가 필요하다.
조금이라도 탐착하면 바로 위기를 자초하게 된다.

048칙
吉人無論作用安詳,即夢寐神魂,無非和氣;
凶人無論行事狠戾,即聲音笑貌,渾是殺機。
복이 있는 사람은 행동이 안정되고, 꿈속의 혼백조차도 화기롭다.
흉한 사람은 행실이 사나울 뿐 아니라, 말소리와 웃음마저 살기를 띤다.

049칙
肝受病,則目不能視;腎受病,則耳不能聽;
病受於人所不見,必發於人所共見。
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先無得罪於冥冥。
간이 병들면 눈이 잘 보이지 않고, 신장이 병들면 귀가 들리지 않는다.
병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데서 생기지만, 결국 모두가 보는 곳에서 드러난다.
그러니 군자는 밝은 데서 죄를 짓지 않으려면,
먼저 어두운 곳에서부터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050
福莫福於少事,禍莫禍於多心。
唯苦事者,方知少事之為福;
唯平心者,始知多心之為禍。
복 중에는 일이 적은 것만 한 것이 없고,
화 중에는 생각이 많은 것만 한 해가 없다.
오직 고된 일을 겪어본 사람만이 일이 적은 게 복임을 알고,
마음이 평온한 자만이 생각이 많은 것이 화임을 깨닫는다.

051칙
處治世宜方,處亂世宜圓,處叔季之世,當方圓並用;
待善人宜寬,待惡人宜嚴,待庸眾之人,當寬嚴互存。
태평한 시대에는 방정하게 처신하고, 혼란한 시대에는 원만하게 처신해야 한다.
말세에는 방정함과 원만함을 함께 써야 한다.
선한 사람에게는 너그럽게, 악한 사람에게는 엄하게,
평범한 사람에게는 너그러움과 엄격함을 병행해야 한다.

052칙
我有功於人不可念,而過則不可不念;
人有恩於我不可忘,而怨則不可不忘。
내가 남에게 공을 세웠다면 그것은 마음에 두지 말고,
내가 지은 허물은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한다.
남이 나에게 준 은혜는 잊지 말고,
원망은 잊는 게 좋지만 경계는 놓지 말아야 한다.

053칙
施恩者,內不見己,外不見人,則斗粟可當萬鍾之惠;
利物者,計己之施,責人之報,雖百鎰難成一文之功。
은혜를 베풀면서 자신도 의식하지 않고, 남도 의식하지 않으면
한 말의 곡식도 만 종의 은혜가 된다.
반대로 자신이 얼마나 주었는지 계산하고 남의 보답을 기대하면,
백 이의 재물을 주어도 한 푼의 공도 남기지 못한다.

054칙
人之際遇,有齊有不齊,而能使己獨齊乎?
己之情理,有順有不順,而能使人皆順乎?
以此相觀對治,亦是一方便法門。
사람의 처지는 평등하기도 하고 불평등하기도 한데,
어찌 자신만은 언제나 평탄하길 바랄 수 있겠는가?
자신의 감정과 이치도 늘 순조롭지 않은데,
어찌 남이 모두 내 뜻에 따르길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인식을 서로 비추어 다스린다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수행이다.

055칙
心地清淨,方可讀書學古。
不然,見一善行,竊以濟私;聞一善言,假以覆短,
是又藉寇兵而齎盜糧矣。
마음이 청정해야 책을 읽고 옛것을 배울 자격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선행을 보며 사리사욕을 도모하고,
좋은 말을 듣고 자신의 결점을 가리는 데 써버린다.
이것은 도적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식량을 대주는 일과 같다.

056칙
奢者富而不足,何如儉者貧而有餘;
能者勞而府怨,何如拙者逸而全真。
사치하는 자는 부유해도 부족함을 느끼고,
검소한 자는 가난해도 마음이 여유롭다.
유능한 자는 애쓰며 원망을 사고,
서툰 자는 편안히 지내며 참됨을 온전히 간직한다.

057칙
讀書不見聖賢,為鉛槧傭;
居官不愛子民,為衣冠盜;
講學不尚躬行,為口頭禪;
立業不思種德,為眼前花。
책을 읽으며 성현을 보지 못하면 연필 잡은 품팔이요,
벼슬을 하며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면 옷 입은 도적이다.
학문을 가르치되 몸소 실천하지 않으면 입으로만 하는 선(禪)이고,
업을 이루되 덕을 심지 않으면 눈앞에서 피고 지는 꽃에 불과하다.

058칙
人心有一部真文章,都被殘編斷簡封錮了;
有一部真鼓吹,都被妖姬豔舞湮沒了。
學者須掃除外物,直覓本來,有個真受用。
사람 마음엔 한 편의 참된 글이 있지만, 낡은 책과 지식에 가려 묻히고,
참된 음악이 있지만, 요염한 춤과 자극에 묻혀 사라진다.
배우는 이는 외부의 온갖 것들을 쓸어내고 본래의 자신을 곧바로 찾아야,
비로소 진정한 소용을 얻을 수 있다.

059칙
苦心中,常得悅心之趣;
得意時,須防失意之悲。
괴로움 속에서도 기쁨의 참맛이 나오고,
뜻을 이룬 순간에도 뜻을 잃는 슬픔을 늘 경계해야 한다.

060칙
富貴名譽,自道德來者,如山林中花,自是舒餘繁衍;
自功業來者,如盆檻中花,便有遷徙廢興;
若以權力得者,如瓶鉢中花,其根不值,其萎可立而待矣。
부귀와 명예가 도덕에서 비롯된 것은 산속의 꽃과 같아,절로 피어나고 자연스럽게 번성한다.
업적이나 공로로 얻은 것은 화분 속의 꽃과 같아,옮겨 심을 수도 있고 흥하거나 시들기도 한다.
하지만 권력으로 얻은 것은 병이나 바리 속의 꽃과 같아뿌리가 없으니 시들 날이 머지않다.

061칙
春至時和,花尚舖一段好色,鳥且囀幾句好音。
士君子幸值清時,復遇溫飽,不思立好言,行好事,
雖是在世百年,恰似未生一日。
봄이 와 날씨가 온화해지면, 꽃은 한층 더 고운 색을 펼치고
새는 몇 소절 아름다운 소리를 노래한다.
선비가 다행히 태평성대를 만나 따뜻하고 풍족한 삶을 살면서도
좋은 말을 세우고 좋은 일을 하려는 생각이 없다면,
비록 세상에서 백 년을 살았더라도 하루도 태어나지 않은 것과 같다.

062칙
學者有段競業的心思,又要有段瀟洒的趣味。
若一味斂束清苦,是有秋殺,無春生,何以發育萬物。
배우는 자는 경쟁하는 마음도 있어야 하고,
소탈하고 유유한 흥취도 함께 갖춰야 한다.
만일 늘 움츠리고 청빈하게만 살면 가을의 숙살만 있고 봄의 생기는 없으니,
어찌 만물을 길러낼 수 있겠는가?

063칙
真廉無廉名,圖名者正所以為貪;
大巧無巧術,用術者乃所以為拙。
진정으로 청렴한 자는 ‘청렴하다’는 이름이 없고,
그 이름을 구하는 자는 바로 그로 인해 탐욕스러운 사람이다.
진정한 지혜로운 자는 기술이 드러나지 않으며,
기술을 앞세우는 자는 오히려 서투른 사람이다.

064칙
欹器以滿覆,撲滿以空全。
故君子寧居無不居有,寧處缺不處完。
기울어진 그릇은 가득 차면 엎어지고, 저금통은 비어 있어야 온전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없음에 거할지언정 있음에 머물지 않으며,
차라리 모자란 곳에 있을지언정 완전한 곳에 처하지 않는다.

065칙
名根未拔者,縱輕千乘甘一瓢,總墮塵情;
客氣未融者,雖澤四海利萬世,終為賸技。
명예에 대한 뿌리를 뽑지 못한 자는
천 승의 수레를 가벼이 여기고 한 바가지 물을 달게 여긴다 하더라도
결국은 속된 감정 속에 빠지게 된다.
객기(객관적이지 못한 기질)를 녹여내지 못한 자는
온 세상을 윤택하게 하고 만세에 이롭게 한다 해도
결국은 남는 재주에 불과하다.

066칙
心體光明,暗室中有青天;
念頭暗昧,白日下生厲鬼。
마음의 본체가 맑고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펼쳐지고,
생각이 어둡고 미혹하면
대낮에도 사나운 귀신이 생긴다.

067
人知名位為樂,不知無名無位之樂為最真;
人知飢寒為憂,那知不飢不寒之憂為更甚。
사람은 명예와 지위를 즐거움이라 여기지만,
무명무위의 즐거움이 가장 참됨을 알지 못한다.
사람은 굶주림과 추위를 근심으로 여기지만,
굶주리지도 춥지도 않은 삶 속에도 더 깊은 근심이 있음을 모른다.

068칙
為惡而畏人知,惡中猶有善路;
為善而急人知,善處即是惡根。
악을 행하면서도 남이 알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 악함 속에도 아직 선의 길이 남아 있다.
선을 행하면서 남이 알아주기를 조급히 바란다면,
그 선은 이미 악의 씨앗이 된 것이다.

069칙
天之機緘不測。抑而伸,伸而抑,皆是播弄英雄,顛倒豪傑處。
君子只是逆來順受,居安思危,天亦無所施其技倆矣。
하늘의 이치는 헤아릴 수 없고, 억누르다 펼치고 펼치다 억누른다.
이 모든 것이 영웅을 시험하고 호걸을 뒤흔드는 방법이다.
군자는 그저 역경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편안할 때 위기를 생각하면
하늘조차 더 이상 그를 가지고 놀 방법이 없다.

070칙
燥性者火熾,遇物則焚;
寡恩者冰清,逢物必殺;
凝滯固執者,如死水腐木,生機已絕。
俱難建功業而延福祇。
성질이 조급한 자는 불이 타오르듯 사물을 만나면 태워버리고,
인정이 메마른 자는 얼음처럼 차가워서 모든 것을 해친다.
고집스럽고 막힌 자는 죽은 물이나 썩은 나무 같아 생명력이 없다.
이들 모두는 공을 세우거나 복을 오래 누리기 어렵다.

071칙
福不可邀,養喜神,以為召福之本而已;
禍不可避,去殺機,以為遠禍之方而已。
복은 청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니,
기쁜 마음을 기르는 것을 복을 부르는 근본으로 삼을 뿐이다.
화는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살기를 없애는 것을 화를 멀리하는 방법으로 삼을 뿐이다.

072칙
十語九中,未必稱奇,一語不中,則愆尤駢集;
十謀九成,未必歸功,一謀不成,則訾議叢興。
君子所以寧默母躁,寧拙母巧。
열 마디 중 아홉이 옳아도 칭찬받지 못하지만,
한 마디라도 틀리면 비난이 몰려든다.
열 가지 계책 중 아홉이 성공해도 공으로 돌아가지 않지만,
하나만 실패해도 비방이 들끓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조급하지 않고,
차라리 서툴지언정 교묘하지 않으려 한다.

073칙
天地之氣,暖則生,寒則殺。
故性氣清冷者,受享亦涼薄。
唯和氣熱心之人,其福亦厚,其澤亦長。
천지의 기운은 따뜻하면 생명을 살리고, 차가우면 죽인다.
성품과 기운이 냉랭한 사람은 그가 누리는 복도 박하다.
오직 화기롭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만이
그 복도 두텁고, 그 은혜도 오래 지속된다.

074칙
天理路上甚寬,稍游心,胸中便覺高明廣大;
人欲路上甚窄,纔寄跡,眼前俱是荊棘泥塗。
천리(하늘의 이치)의 길은 매우 넓어,
마음을 조금만 머물게 해도 가슴속이 탁 트인다.
사욕의 길은 매우 좁아,
조금만 발을 디뎌도 눈앞은 온통 가시덤불과 진흙탕이다.

075칙
苦一樂相磨鍊,鍊極而成福者,其福始久;
一疑一信相參勘,勘極而成知者,其知始真。
괴로움과 즐거움이 서로 갈고닦여 끝까지 단련되어 복을 이룬 자는,
그 복이 비로소 오래가고,
의심과 믿음이 서로 교차하며 깊이 살펴 깨달아낸 자는
그 앎이 비로소 참되다.

076칙
心不可不虛,虛則義理來居;
心不可不實,實則物欲不入。
마음은 비어 있어야 하니, 비면 의리(義理)가 들어오고,
마음은 또한 실해야 하니, 실하면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077칙
地之穢者多生物,水之清者常無魚。
故君子當存含垢納污之量,不可持好潔獨行之操。
더러운 땅일수록 생명이 풍성하고,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허물을 포용하고 더러움을 받아들이는 도량을 지녀야지,
지나치게 결백을 고집하며 고립되어서는 안 된다.

078칙
泛駕之馬可就馳驅,躍冶之金終歸型範。
只一優游不振,便終身無個進步。
白沙云:「為人多病未足羞,一生無病是吾憂。」真確論也。
막 달리는 말도 잘 길들이면 달릴 수 있고,
튀는 쇳덩이도 결국 틀 속에 들어가 모범이 된다.
단 한 번이라도 유유자적하며 기운을 떨치지 못하면
평생 한 걸음의 진보도 없다.
백사 선생(陳獻章)이 말하길
“사람이 병이 많은 것은 부끄럽지 않지만, 평생 병이 없는 것이 오히려 내 근심이다”
하였으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079칙
人只一會貪私,便銷剛為柔,塞智為昏,
變恩為慘,染潔為污,壞了一生人品。
故古人以不貪為寶,所以度越一世。
사람이 단 한 번이라도 사사로움을 탐하면,
강직함은 부드러움으로 무너지고, 지혜는 어둠으로 막히며,
은혜는 잔혹함으로, 청렴은 오염으로 바뀌어
일생의 인품이 무너진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탐하지 않는 것을 보물로 여겨
그 덕으로 한 시대를 뛰어넘었다.

080칙
耳目聞見為外賊,情欲意識為內賊。
只是主人翁惺惺不昧,獨坐中堂,賊便化為家人矣。
귀와 눈으로 듣고 보는 것은 외적이고,
정욕과 의식은 내적인 도적이다.
다만 마음의 주인이 깨어 있어 중심에 똑바로 앉아 있으면,
도적도 가족처럼 되게 할 수 있다.

081칙
圖未就之功,不如保已成之業;
悔既往之失,不如防將來之非。
아직 이루지 못한 공을 도모하기보다 이미 이룬 업적을 지키는 것이 낫고,
이미 저지른 잘못을 후회하기보다 앞으로 올 잘못을 미리 막는 것이 낫다.

082칙
氣象要高曠,而不可疏狂;心思要縝密,而不可瑣屑;
趣味要沖澹,而不可偏枯;操守要嚴明,而不可激烈。
기상은 높고 넓되 방자해서는 안 되고,
생각은 치밀하되 지나치게 번잡해서는 안 되며,
취향은 담담하되 치우치거나 메말라서는 안 되며,
지조는 엄정하되 지나치게 격렬해서는 안 된다.

083칙
風來疏竹,風過而竹不留聲;雁度寒潭,雁去而潭不留影。
故君子事來而心始現,事去而心隨空。
바람이 성긴 대나무를 스쳐도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못을 지나도 그림자를 남기지 않듯이,
군자는 일이 닥치면 마음이 응하지만,
일이 지나면 마음도 비워내는 법이다.

084칙
清能有容,仁能善斷;明不傷察,直不過矯。
是謂蜜餞不甜,海味不鹹,纔是懿德。
맑되 포용할 줄 알고, 어질되 잘 판단할 줄 알며,
밝되 지나치게 들추지 않고, 곧되 지나치게 강요하지 않는다.
달지 않은 단맛, 짜지 않은 짠맛처럼 절제된 풍미가 바로 아름다운 덕이다.

085
貧家淨掃地,貧女淨梳頭,景花雖不豔麗,氣度自是風雅。
士君子一當窮愁寥落,奈何輒自廢弛哉。
가난한 집이 마당을 깨끗이 쓸고, 가난한 여인이 머리를 정갈히 빗는다면
비록 경치와 꽃이 화려하진 않지만 기품은 자연스레 우아하다.
선비가 가난하고 외로울지라도 어찌 쉽게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겠는가?

086칙
閒中不放過,忙處有受用;
靜中不落空,動處有受用;
暗中不欺隱,明處有受用
한가할 때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면, 바쁠 때 도움이 되고
고요할 때를 비우지 않으면, 움직일 때 쓰임이 있으며
어두울 때 스스로를 속이지 않으면, 밝은 곳에서 덕이 나타난다.

087칙
念頭起處,纔覺向慾路上去,便挽從理路上來。
一起便覺,一覺便轉,此是轉禍為福,起死回生的關頭,切莫輕易放過。
생각이 막 일어나 욕망으로 향하려는 찰나,
즉시 이치의 길로 되돌려야 한다.
일어나자마자 깨닫고, 깨닫자마자 돌이키는 이 순간이
화가 복으로 바뀌고 죽음에서 되살아나는 결정적 순간이니,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088칙
靜中念慮澄澈,見心之真體;
閒中氣象從容,識心之真機;
淡中意趣沖夷,得心之真味。
觀心證道,無如此三者。
고요함 속에서 생각이 맑고 투명하면 마음의 본체를 보고,
한가로움 속에서 기상이 여유로우면 마음의 참된 움직임을 알고,
담담함 속에서 흥취가 평온하면 마음의 참맛을 얻는다.
마음을 관하고 도를 증득하는 데 이 세 가지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없다.

089칙
靜中靜非真靜,動處靜得來,纔是性天之真境;
樂纔樂非真樂,苦中樂得來,纔見心體之真機。
고요할 때의 고요함은 진정한 고요함이 아니며,
움직임 속에서 얻는 고요함이야말로 본성의 참된 경지다.
즐거울 때의 즐거움은 참된 기쁨이 아니며,
괴로움 속에서 찾아낸 즐거움이야말로 마음의 참된 이치다.

090칙
捨己母處其疑,處其疑,即所舍之志多愧矣;
施人無責其報,責其報,並所施之心俱非矣。
자신을 버릴 때 의심이 있어선 안 된다.
의심이 있으면 버리려는 뜻마저 부끄럽게 된다.
남에게 베풀 때 보답을 바라선 안 된다.
보답을 책망하면 그 베푼 마음마저 그릇된 것이 된다.

091칙
天薄我以福,吾厚吾德以迓之;天勞我以形,吾逸吾心以補之;天我以遇,吾亨吾道以通之。天且奈我何哉。
하늘이 내게 복을 박하게 주면 나는 덕을 두텁게 하여 그것을 맞고,
하늘이 나를 몸으로 수고롭게 하면 나는 마음을 편안히 하여 그것을 보충하며,
하늘이 내게 불행한 만남을 주면 나는 나의 도를 통하여 그것을 형통하게 하니,
하늘도 결국 나를 어찌할 수 없다.

092칙
貞士無心徼福,天即就無心處牖其衷;人著意避禍,天即就著意中奪其魄。可見天之機權最神,人之智巧何益。
곧은 선비는 복을 바라지 않아도 하늘은 그 무심한 곳에서 진심을 밝혀주고,
사람이 애써 화를 피하려 하면 하늘은 그 마음속에서 혼을 빼앗는다.
이로 보건대 하늘의 이치와 권능은 지극히 신묘하니,
사람의 꾀와 재주는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093칙
聲妓晚歲從良,一世之烟花無礙;貞婦白頭失守,半生之消苦俱非。語云:「看人只看後半截。」真名言也。
기생이 늦은 나이에 개과천선하면 그 일생도 허물이 되지 않지만,
정숙한 부인이 말년에 정절을 잃으면 그 반생의 고행도 헛것이 된다.
옛말에 "사람을 보려면 뒷부분을 보라"고 하였으니, 참으로 명언이다.

094칙
平民肯種德施惠,便是無位的公相;士夫徒貪權市寵,竟成有爵的乞人。
평민이 기꺼이 덕을 심고 은혜를 베푼다면 지위 없는 재상이며,
선비가 권세만을 탐하고 총애를 거래한다면 벼슬 있는 거지가 된다.

095
問祖宗之德澤,吾身所享者是,當念其積累之難;問子孫之福祉,吾身所貽者是,要思其傾覆之易。
조상의 덕을 묻는다면 내가 누리는 것이 그것이니, 그 쌓기 어려움을 기억해야 하고,
자손의 복을 묻는다면 내가 물려주는 것이 그것이니, 그것이 무너지기 쉬움을 깊이 생각해야 한다.

096칙
君子而詐善,無異小人之肆惡;君子而改節,不及小人之自新。
군자가 거짓 선을 행하면, 소인이 악을 마음껏 부리는 것과 다르지 않고,
군자가 절개를 꺾으면, 차라리 소인이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것보다도 못하다.

097칙
家人有過,不宜暴怒,不宜輕棄。此事難言,借他事隱諷之;今日不悟,俟來日再警之。
如春風解凍,如和氣消冰,纔是家庭的型範。
가족이 잘못했을 때는 갑자기 성내거나 쉽게 버려선 안 된다.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다른 일을 빌려 은근히 타이르고,
오늘 알아듣지 못하면 내일 다시 일깨워야 한다.
봄바람이 얼음을 녹이고 온화한 기운이 얼음을 풀 듯이 하는 것이
진정한 가정의 모범이다.

098칙
此心常看得圓滿,天下自無缺憾之世界;此心常放得寬平,天下自無險側之人情。
이 마음이 언제나 원만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세상은 결함이 없는 세계가 되고,
이 마음이 언제나 너그럽고 평탄하게 머무른다면, 세상은 모나고 위험한 인심도 사라지게 된다.

099칙
澹泊之士,必為濃豔者所疑;檢飾之人,多為放肆者所忌。
君子處此,固不可少變其操履,亦不可露其鋒芒。
담박한 사람은 반드시 화려한 이들에게 의심받고,
절제하는 사람은 방자한 이들에게 시기를 받는다.
군자가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지조를 바꾸는 일이 없어야 하고,
재능이나 날카로움을 드러내는 일도 삼가야 한다.

100칙
居逆境中,周身皆鍼砭藥石,砥節勵行而不覺;
處順境內,滿前盡兵刃戈矛,銷膏糜骨而不知。
역경에 처하면 온몸이 침과 약돌처럼 절개와 행실을 단련하지만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고,
순조로우면 눈앞에 온통 칼날이 가득한 줄도 모르고 살이 녹고 뼈가 으스러지듯 타락하게 된다.

101칙
生長富貴叢中的,嗜慾如猛火,權勢如烈燄。若不帶些清冷氣味,其火燄若不焚人,必將自爍矣。
부귀의 숲에서 자란 자들은 기호와 욕망이 맹렬한 불 같고, 권세는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
조금의 맑고 차가운 기운이 없다면, 그 불꽃은 남을 태우지 않더라도 결국 자신을 태우게 된다.

102칙
人心一真,便霜可飛,城可摧,金石可貫。若偽妄之人,行骸徒具,真己已亡,對人則面目可憎,獨居則形影自塊。
사람의 마음이 진실하면 서리를 날리고 성을 부수며, 쇠와 돌도 꿰뚫을 수 있다.
거짓되고 망령된 사람은 육체만 남고 참된 자아는 이미 사라져,
남 앞에서는 가증스럽고, 혼자 있을 때는 형체조차 외로워진다.

103칙
文章做到極處,無有他奇,只是恰好;人品做到極處,無有他異,只是本然。
글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별다른 기이함이 없는 것처럼 단지 딱 들어맞을 뿐이고,
인품이 지극한 경지에 이르면 특별히 이색적인 것도 없이 그저 본연의 모습일 뿐이다.

104칙
以幻迹言,無論功名富貴,即肢體亦屬委形;以真境言,無論父母兄弟,即萬物皆吾一體。
人能看得破,認得真,可以任天下之負擔,亦可脫世間之韁鎖。
환영적인 시각으로 보면 공명과 부귀는 물론이고, 팔다리조차 덧없는 형체일 뿐이다.
참된 경지로 보면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만물까지도 모두 나와 하나다.
이것을 꿰뚫어 보고 진실로 인식할 수 있다면, 천하의 짐도 짊어질 수 있고,
세속의 굴레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105칙
爽口之味,皆爛腸腐骨之藥,五分便無殃;快心之事,悉敗身喪德之媒,五分便無悔。
입에 감기는 맛있는 음식은 창자를 썩히고 뼈를 상하게 하는 약이니,
오분쯤만 즐기면 재앙이 없다.
마음을 기쁘게 하는 일은 몸을 해치고 덕을 잃게 하는 매개이니,
오분쯤만 즐기면 후회도 없다.

106칙
不責人小過,不發人陰私,不念人舊惡。三者可以養德,亦可以遠害。
남의 작은 허물을 책망하지 않고, 남의 은밀한 사정을 들추지 않으며,
남의 옛 잘못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이 세 가지는 덕을 기르고 해를 멀리할 수 있는 방법이다.

107칙
士君子持身不可輕,輕則物能撓我,而無悠閑鎮定之趣;
用意不可重,重則我為物泥,而無瀟灑活潑之機。
군자는 몸가짐을 가볍게 해서는 안 되니,
가벼우면 사물이 나를 흔들어 마음의 평정을 잃는다.
또 뜻을 지나치게 무겁게 써서도 안 되니,
무거우면 사물에 얽매여 자유롭고 활달한 기운을 잃게 된다.

108칙
天地有萬古,此身不再得;
人生只百年,此日最易過。
幸生其間者,不可不知有生之樂,
亦不可不懷虛生之憂。
천지는 영원토록 존재하지만, 이 몸은 다시 얻을 수 없다.
인생은 고작 백 년에 불과하며, 그중에서도 하루하루는 가장 쉽게 흘러간다.
이처럼 그 사이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살아 있음의 기쁨을 반드시 알아야 하고,
아울러 헛되이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근심도 잊지 말아야 한다

109칙
怨因德彰,故使人德我,不若德怨之兩忘;
仇因恩立,故使人知恩,不若恩仇之俱泯。
원망은 덕이 드러나서 생기고, 원한은 은혜가 강조되어 생긴다.
그러니 남이 내 덕을 기억하게 하는 것보다는 덕과 원망을 함께 잊는 것이 더 낫고,
남이 내 은혜를 알게 하는 것보다는 은혜와 원수를 함께 지우는 것이 더 좋다.

110칙
老來疾病,都是壯時招的;
衰後罪孽,都是盛時作的。
故持盈履滿,君子尤兢兢焉。
늙어서 앓는 병은 모두 젊었을 때 불러들인 것이고,
쇠약해진 뒤에 짓는 죄는 모두 한창 때 지은 것이다.
그러므로 가득 찬 것을 지키고, 넘칠 듯한 자리에 설 때야말로
군자는 더욱더 두렵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111칙
市私恩,不如扶公議;結新知,不如敦舊好;立榮名,不如種隱德;尚奇節,不如謹庸行。
사사로운 은혜를 사고파는 것보다 공정한 의논을 돕는 것이 낫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오래된 우정을 돈독히 하는 것이 낫다.
영광스러운 이름을 세우는 것보다 은밀한 덕을 심는 것이 낫고,
기이한 절개를 숭상하는 것보다 평범한 행동을 삼가는 것이 낫다.

112칙
公道正論,不可犯手,一犯,則貽羞萬世;權門私竇,不可著腳,一著,則點汗終身。
譯文
공정하고 바른 의논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하니, 한 번 잘못 손대면 만세의 수치를 남기게 된다.
권세가의 사사로운 이익을 취하는 문에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하니, 한 번 들어서면 평생 부끄러운 자국이 남는다.

113칙
曲意而使人喜,不若直躬而使人忌;無善而致人譽,不若無惡而致人毀。
마음을 굽혀 남을 기쁘게 하는 것보다 몸을 곧게 하여 남이 꺼리게 하는 것이 낫고,
선하지 않으면서 남의 칭찬을 받는 것보다 악하지 않으면서 비방을 받는 것이 낫다.

114칙
處父兄骨肉之變,宜從容,不宜激烈;遇朋友交遊之失,宜剴切,不宜優游。
譯文
부모 형제나 혈육 간의 변고에 처할 때는 침착하고 여유롭게 해야 하며, 격렬해서는 안 된다.
친구나 지인의 잘못을 대할 때는 단호하고 절도있게 해야 하며,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

115칙
小處不滲漏,暗處不欺隱,末路不怠荒,纔是個真正英雄。
譯文
작은 곳에서도 새어 나가지 않고, 어두운 곳에서도 속이지 않으며,
말년에도 게으르거나 방탕하지 않아야 진정한 영웅이라 할 수 있다.

116칙
千金難結一時之歡,一飯竟致終身之感。蓋愛重反為仇,薄極反成喜也。
譯文
천금으로도 한때의 기쁨을 맺기 어렵지만, 한 끼의 식사로도 평생의 감동을 줄 수 있다.
사랑이 지나치면 도리어 원수가 되고, 박하게 대하면 오히려 기쁨이 생긴다.

117칙
藏巧於拙,用晦而明,寓清之濁,以屈為伸,真涉世之一壺,藏身之三窟也。
교묘함을 서투름 속에 감추고, 어두움을 이용하여 밝게 하며,
맑음을 탁함 속에 두고, 굽힘으로 펴는 것을 삼는 것이
진정 세상을 살아가는 하나의 비결이자, 몸을 숨길 세 개의 은신처이다.

118칙
衰颯的景象,就在盛滿中;發生的機緘,即在零落內。故君子居安,宜操一心以慮患;處變,當堅百忍以圖成。
쇠락하는 기운은 한창 성한 가운데 있고, 새로 일어날 기미는 떨어지고 흩어진 가운데 있다.
그러므로 군자는 편안할 때 한마음으로 근심을 생각하고,
변화에 처할 때는 백 번 참고 인내하여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

119칙
驚奇喜異者,無遠大之識;苦節獨行者,非恆久之操。
기이한 것을 보고 놀라고 즐기는 자는 원대한 식견이 없고,
고통스럽게 절개를 지키며 홀로 행하는 자는 오래 지속되는 지조가 아니다.

120칙
當怒火慾水正騰沸處,明明知得,又明明犯著。知的是誰,犯的又是誰,此處能猛然轉念,邪魔便為真君矣。
분노의 불과 욕망의 물이 한창 끓어오르는 상황에서, 분명히 알면서도 똑같이 저지르게 된다.
아는 자는 누구이며, 저지르는 자는 또 누구인가?
이 순간에 문득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사악한 마귀도 곧 참된 군자가 될 수 있다.

121칙
母偏信而為奸所欺,母自任而為氣所使。
母以己之長而形人之短,母因己之拙而忌人之能。
편파적으로 믿어 간사한 자에게 속지 마라.
스스로 자만하여 혈기에 사로잡히지 마라.
자신의 장점으로 남의 단점을 드러내지 말고,
자신의 서투름으로 남의 능력을 시기하지 마라.

122칙
人之短處,要曲為彌縫,如暴而揚之,是以短攻短;
人有頑的,要善為化誨,如忿而疾之,是以頑濟頑。
남의 단점은 완곡하게 덮어주어야 한다.
그것을 폭로하면, 단점으로 단점을 공격하는 것이다.
사람이 고집스러우면 잘 가르쳐 변화시켜야 한다.
분노로 미워하면, 고집으로 고집을 더하는 결과가 된다.

123칙
遇沈沈不語之士,且莫輸心;
見悻悻自好之人,尤須防口。
묵묵히 말이 없는 사람을 만나면, 서둘러 마음을 열지 마라.
화를 잘 내고 자기애가 강한 사람을 보면, 더욱 입을 조심하라.

124칙
念頭昏散處,要知提醒;
念頭喫緊時,要知放下。
不然恐去昏昏之病,又來憧憧之擾矣。
생각이 흐트러질 때는 깨어나야 함을 알고,
생각이 몰두할 때는 내려놓아야 함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미함을 쫓고도 또 다시 번잡함이 찾아올까 두렵다.

125칙
霽日青天,條變為迅雷震電;
疾風怒雨,條轉為朗月晴空。
氣機何嘗有一毫凝滯,太虛何嘗有一毫障塞,
人之心體,亦當如是。
개인 날 푸른 하늘이 순식간에 벼락과 천둥으로 바뀌고,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어느덧 밝은 달과 맑은 하늘이 된다.
기운의 작용은 한 치도 정체됨이 없고, 허공은 한 점도 막힘이 없다.
사람의 본래 마음 또한 이와 같아야 한다.

126칙
勝私制慾之功,有日識不早,力不易者,
有日識得破,忍不過者。
蓋識是一顆照魔的明珠,
力是一把斬魔的慧劍,兩不可少也。
사사로움을 이기고 욕망을 다스리는 데에는
늦게 깨달아 힘들어하는 자도 있고,
깨달았지만 참지 못하는 자도 있다.
깨달음은 마귀를 밝히는 구슬이고,
인내력은 마귀를 베는 지혜로운 칼이니,
둘 다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127칙
覺人之詐,不形於言;
受人之侮,不動於色。
此中有無窮意味,亦有無窮受用。
남의 속임을 알아도 말로 드러내지 않고,
남의 모욕을 받아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 속에는 무한한 의미가 있고, 무한한 유익이 있다.

128칙
橫逆困窮是煅煉豪傑的一副鑪錘,
能受其煅煉,則身心交益,
不受其煅煉,則身心交損。
뜻밖의 불행과 가난은 영웅을 단련하는 용광로요 망치다.
그 단련을 견뎌내면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고,
견뎌내지 못하면 몸과 마음이 함께 상한다.

129칙
吾身一小天地也,
使喜怒不愆,好惡有則,便是燮理的工夫;
天地一大父母也,
使民無怨咨,物無氛疹,亦是敦睦的氣象。
내 몸은 작은 천지와 같아서,
기쁨과 노여움이 지나치지 않고,
좋고 싫음에 법도가 있다면 그것이 곧 조화를 이루는 공부이다.
천지는 큰 부모와 같아서,
백성에게 원망이 없고, 만물에 병듦이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화목한 기상이다.

130칙
害人之心不可有,防人之心不可無,此戒疏於慮也;
寧受人之欺,母逆人之詐,此做傷於察也;
二語並存,精明而渾厚矣。
남을 해치려는 마음은 가져서는 안 되지만,
남을 경계하는 마음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는 경솔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차라리 속임을 당할지언정, 먼저 남의 계략을 의심해 거스르지 마라.
이는 지나친 의심으로 해치는 것이다.
이 두 말을 함께 지닌다면, 밝고도 너그러운 사람이 된다.

131칙
母因群疑而阻獨見,母任己意而廢人言,
母私小惠而傷大體,母借公論以快私情。
여럿의 의심 때문에 자신의 독자적인 견해를 포기하지 말고,
자기 뜻만 믿고 남의 말을 버리지 마라.
사소한 은혜로 큰 의리를 해치지 말고,
공론을 빌려 사적인 감정을 풀려 하지 마라.

132칙
善人未能急親,不宜預揚,恐來讒諧之奸;
惡人未能輕去,不宜先發,恐遭媒孽之禍。
선한 사람과 빨리 가까워지기 어려울 때는, 먼저 칭찬하지 마라.
아첨하는 간사한 자가 끼어들까 두렵다.
악한 사람을 쉽게 제거하지 못할 때는, 먼저 공격하지 마라.
재앙을 불러올까 두렵기 때문이다.

133칙
青天白日的節義,自暗室屋漏中培來;
旋乾轉坤的經綸,自臨深履薄處出。
푸른 하늘과 밝은 해 같은 절의는
어두운 방구석에서 길러지고,
천지를 움직이는 큰 경륜은
깊은 물가와 얇은 얼음 위 같은 위태로운 자리에서 나오는 법이다.

134칙
父慈子孝,兄友弟恭,縱做到極處,俱是合當如此,
著不得一毫感激的念頭。
如施者任德,受者懷恩,便是路人,便成市道矣。
부모가 자애롭고 자식이 효도하며, 형제가 우애롭고 공손하더라도
이는 마땅한 일일 뿐, 조금도 감사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베푸는 자가 덕을 내세우고, 받는 자가 은혜를 품으면
이내 거리의 거래처럼 되고 만다

135칙
有妍必有醜為之對,我不誇妍,誰能醜我;
有潔必有污為之仇,我不好潔,誰能污我。
아름다움이 있으면 반드시 추함이 짝이 되니,
내가 아름다움을 자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추하게 할 수 있겠는가?
깨끗함이 있으면 반드시 더러움이 적이 되니,
내가 스스로 깨끗함을 내세우지 않으면 누가 나를 더럽히겠는가?

136칙
炎涼之態,富貴更甚於貧賤;
妒忌之心,骨肉尤狠於外人。
此處若不當以冷腸,御以平氣,
鮮不日坐煩惱障中矣。
세상의 차가운 태도는 가난한 자보다 부귀한 자에게 더 심하고,
질투의 마음은 남보다 혈육 사이에서 더 독하다.
이러한 상황을 냉정한 마음과 평온한 기운으로 다스리지 못하면,
날마다 번뇌의 장벽 속에 사로잡힐 것이다.

137칙
功過不容少混,混則人懷惰墮之心;
恩仇不可太明,明則人起攜貳之志。
공과(功過)는 조금도 섞여서는 안 되니, 섞이면 사람은 게을러지고 타락한다.
은혜와 원수는 너무 명백하게 하지 마라.
너무 분명하면 사람들은 반역할 뜻을 품게 된다.

138칙
爵位不宜太盛,太盛則危;
能事不宜盡畢,盡畢則衰;
行誼不宜過高,過高則謗興而毀來。
지위는 너무 높지 않아야 한다. 너무 높으면 위태롭고,
재능 있는 일도 너무 완벽히 끝내려 하지 마라. 다 끝내면 쇠퇴한다.
행동과 의리는 지나치게 높지 않아야 한다.
너무 높으면 비방과 파괴가 뒤따른다.

139칙
惡忌陰,善忌陽,
故惡之顯者禍淺,而隱者禍深;
善之顯者功小,而隱者功大。
악은 드러나는 것을 꺼리고,
선은 드러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드러난 악은 화가 얕고, 숨은 악은 화가 깊으며,
드러난 선은 공이 작고, 숨은 선은 공이 크다.

140칙
德者才之主,才者德之奴。
有才無德,如家無主而奴用事矣,
幾何不魍魎猖狂。
덕은 재능의 주인이요, 재능은 덕의 종이다.
재능만 있고 덕이 없다면,
집에 주인은 없고 종이 모든 일을 꾸미는 것과 같으니,
어찌 요괴와 귀신들이 날뛰지 않겠는가.

141칙
鋤奸杜倖,要放他一條去路。
若使之一無所容,譬如塞鼠穴者,
一切去路都塞盡,則一切好物俱咬破矣。
간사한 자를 제거하고 요행을 바라는 자를 막을 때에도 한 줄기 퇴로는 남겨두어야 한다.
모든 도피처를 다 막아버리면 쥐가 온갖 좋은 물건을 다 갉아먹듯 해를 입힐 것이다.

142칙
當與人同過,不當與人同功,同功則相忌;
可與人共患難,不可與人共安樂,安樂則相仇。
허물은 함께할 수 있지만, 공을 함께해서는 안 된다. 공은 서로 시기를 낳기 때문이다.
고난은 함께할 수 있으나, 안락은 함께하기 어렵다. 안락을 함께하면 원수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143칙
士君子,貧不能濟物者,
遇人癡迷處,出一言提醒之;
遇人急難處,出一言解救之,亦是無量功德。
선비나 군자가 가난하여 물질로 돕지 못하더라도,
남이 미혹에 빠졌을 때 한마디로 일깨워주고,
위급할 때 한마디로 구제해 주는 것만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큰 공덕이다.

144칙
飢則附,飽則颺;燠則趨,寒則棄,
人情通患也。
배고프면 따르고, 배부르면 떠나가며,
따뜻하면 몰려오고, 추우면 버리는 것이
사람 마음의 흔한 병이다.

145칙
君子宜淨拭冷眼,慎毋輕動剛腸。
군자는 냉정한 눈으로 맑게 바라보고,
강직한 마음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146칙
德隨量進,量由識長。
故欲厚其德,不可不弘其量;
欲弘其量,不可不大其識。
덕은 도량에 따라 자라고, 도량은 식견에 의해 길러진다.
그러므로 덕을 두텁게 하고자 한다면
먼저 도량을 넓혀야 하고,
도량을 넓히려면 먼저 식견을 키워야 한다.

147칙
一鐙熒然,萬籟無聲,此吾人初入宴寂時也;
曉夢初醒,群動未起,此吾人初出混沌處也。
乘此而一念迴光,炯然返照,
始知耳目口鼻皆桎梏,而情慾嗜好悉機械矣。
희미한 등불 아래 만물이 소리 없이 잠든 고요는
우리가 처음 고요에 들어설 때의 모습이다.
새벽 꿈에서 막 깨어났을 때,
세상이 아직 깨어나지 않은 혼돈의 끝자락에서
한 생각 빛을 돌이켜 자신을 비추면,
눈·귀·입·코는 모두 족쇄이고,
욕망과 기호는 모두 기계적 작용임을 깨닫게 된다.

148칙
反己者,觸事皆成藥石;
尤人者,動念即是戈矛。
一以闢眾善之路,一以導諸惡之源,相去霄壤矣。
자기 자신을 반성하는 사람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모두 약이 되고 도움이 되지만,
남을 탓하는 사람은
생각만 해도 곧 창과 방패를 휘두르게 된다.
하나는 모든 선을 여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악의 근원이니,
그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멀다.

149칙
事業文章隨身銷毀,而精神萬古如新;
功名富貴逐世轉移,而氣節千載一日。
君子信不當以彼易此也。
사업과 문장은 몸이 죽으면 함께 사라지지만,
정신은 만고에 걸쳐 늘 새롭다.
공명과 부귀는 세월 따라 옮겨가지만,
기개와 절개는 천 년이 지나도 한결같다.
군자는 진실로 그 하찮은 것을 이 귀한 것과 바꾸지 않아야 한다.

150칙
魚網之設,鴻則罹其中;
螳螂之貪,雀又乘其後。
機裏藏機,變外生變,智巧何足恃哉。
물고기를 잡으려 친 그물에 큰 기러기가 걸리기도 하고,
탐욕을 부리는 사마귀 뒤를 참새가 노리기도 한다.
계책 속에 또 계책이 숨어 있고,
변화 바깥에 또 변화가 생기니,
지혜와 기교란 믿을 것이 못 된다.

151칙
作人無點真懇念頭,便成個花子,事事皆虛;
涉世無段圓活機趣,便是個木人,處處有礙。
사람이 털끝만큼도 진실하고 간절한 마음이 없으면 곧 거짓된 사람이 되어 모든 일이 허황되고,
세상을 살아감에 원만하고 활기찬 기미가 없으면 곧 나무 인형처럼 되어 곳곳에 막힘이 있다.

152칙
水不波則自定,鑑不翳則自明,
故心無可清,去其混之者,而清自現;
樂不必尋,去其苦之者,而樂自存。
물이 일지 않으면 스스로 고요해지고, 거울이 가려지지 않으면 스스로 밝아진다.
마음은 굳이 맑게 하려 하지 않아도, 혼탁하게 하는 것을 제거하면 저절로 맑아지고,
즐거움 또한 굳이 찾으려 하지 않아도, 괴로움을 없애면 저절로 존재하게 된다.

153칙
有一念犯鬼神之禁,
一言而傷天地之和,
一事而釀子孫之禍者,最宜切戒。
한 생각이 귀신의 금기를 범하고,
한마디 말이 천지의 조화를 해치며,
한 가지 일이 자손에게 재앙을 불러올 수 있으니, 반드시 깊이 경계해야 한다.

154칙
事有急之不白者,寬之或自明,母躁急以速其忿;
人有操之不從者,縱之或自化,母操切以益其頑。
어떤 일은 급하게 다그치면 오히려 말하지 않고, 너그럽게 하면 스스로 밝히기도 하니
조급하게 굴어 분노를 부르지 마라.
어떤 사람은 다그친다고 따르지 않지만, 풀어두면 스스로 바뀌기도 하니
지나치게 조이면 오히려 고집만 세진다.

155칙
節義傲青雲,文章高白雪,
若不以性情陶鎔之,終為血氣之私,技能之末。
절의는 푸른 하늘 위로 솟고, 문장은 흰 눈보다 뛰어나더라도,
성정(性情)으로 단련해 길러내지 않으면 결국 혈기의 사사로움이나 기술의 말단일 뿐이다.

156칙
謝事當謝於正盛之時,
居身宜居於獨後之地。
일을 사양할 때는 가장 왕성할 때 사양해야 하고,
몸을 둘 자리는 남보다 한 걸음 뒤에 두는 것이 좋다.

157칙
謹德須謹於至微之事,
施恩務施於不報之人。
덕을 삼가려면 지극히 작은 일부터 삼가야 하고,
은혜를 베풀려면 보답하지 않을 사람에게 베풀도록 해야 한다.

158칙
交市人,不如友山翁;
謁朱門,不如親白屋;
聽街談巷語,不如聞牧唱樵歌;
談今人失德過差,不如述古人嘉言懿行。
저잣거리 사람을 사귀기보다는 산속 노인을 벗 삼는 것이 낫고,
붉은 대문을 찾아뵙기보다는 초가집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낫다.
거리의 소문을 듣기보다는 목동의 노래, 나무꾼의 노래를 듣는 것이 낫고,
지금 사람의 허물과 잘못을 말하기보다는 옛 사람의 아름다운 말과 행동을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159칙
德者事業之基,
未有基不固而棟宇堅久者。
덕은 사업의 기초이니,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데 기둥과 지붕이 오래갈 수는 없다

160칙
心者後嗣之本,
未有本不立而枝葉茂榮者。
마음은 후손의 근본이니,
근본이 서지 않았는데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번성하는 일은 없다.

161칙
前人云:
「拋卻自家無盡藏,沿門持鉢效貧兒。」
又云:
「暴富貧兒休說夢,誰家灶裏火無煙?」
一箴自昧所有,一箴自誇所有,可為學人切戒。
옛사람이 말하였다.
"자신이 가진 무한한 보물을 내팽개치고, 문마다 바리때를 들고 다니며 가난한 아이 흉내나 내는구나."
또 말하였다.
"벼락부자가 된 가난한 아이는 꿈 이야기를 하지 마라. 어느 집 부엌의 불이 연기 없이 타겠는가?"
하나는 자신의 가짐을 모르고 스스로 어리석음을 경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가진 것을 자랑하는 교만을 경계한 것이다.
둘 다 배우는 이가 깊이 새겨야 할 경계다.

(※ 바리때(발우(鉢盂): 승려가 공양을 받을 때 쓰는 그릇)


162칙
道是一重公眾物事, 當隨人而接引。
學是一個尋常家飯, 當隨事而講求。
도(道)는 대중이 함께하는 것이므로 사람에 따라 이끌어야 하고,
학문은 평범한 집밥과 같은 것이므로 상황에 따라 궁구해야 한다

163칙
信人者, 人未必盡誠, 己則獨誠矣;
疑人者, 人未必皆詐, 己則先詐矣。
남을 믿는 사람은 비록 남이 다 성실하지는 않더라도, 자신은 오히려 홀로 성실해진다.
남을 의심하는 사람은 비록 남이 다 속이지는 않더라도, 자신이 먼저 속이는 자가 된다.

164칙
念頭寬厚的, 如春風煦育, 萬物遭之而生; 念頭忌刻的, 如朔雪陰凝, 萬物遭之而死。
마음이 너그럽고 후하면, 봄바람이 만물을 따뜻하게 길러내듯 만물이 그 덕에 살아나고, 마음이 시기하고 각박하면, 초겨울 눈이 음침하게 얼어붙듯 만물이 그 때문에 죽는다.

165칙
為善不見其益, 如草裏東瓜, 自應暗長;
為惡不見其損, 如庭前春雪, 勢必潛消。
선을 행하고도 그 이익이 보이지 않는 것은 풀 속의 동아박처럼 은밀히 자라나기 때문이며, 악을 행하고도 그 해로움이 보이지 않는 것은 뜰 앞의 봄눈처럼 조용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166칙
遇故舊之交, 意氣要愈新;
處隱微之地, 心迹宜愈顯;
待衰朽的輩, 恩禮當愈隆。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면 마음가짐은 오히려 더 새로워야 하고,
은밀하고 외진 자리에 있을수록 마음의 자취는 더욱 또렷해야 하며,
쇠약하고 늙은 이를 대할수록 은혜와 예우는 더욱 두터워야 한다.

167칙
勤者敏於德義, 而世人借勤以濟其貧;
儉者淡於貨利, 而世人假儉以飾其吝。
君子持身之符, 反為小人營私之具矣。惜哉。
부지런한 자는 덕과 의리에 민첩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부지런함을 빌려 가난을 감추고,
검소한 자는 재물과 이익에 담박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검소함을 가장하여 인색함을 꾸민다.
군자가 몸을 다스리는 표지였던 덕이 도리어 소인이 사욕을 꾸미는 도구가 되었으니, 애석할 따름이다.

168칙
憑意興作為者, 隨作則隨止, 豈是不退之車輪;
從情識解悟者, 有悟則有迷, 終非常明之燈燭。
의지와 흥취에 따라 행동하는 자는 행함과 동시에 멈추게 되니, 어찌 결코 물러나지 않는 수레바퀴라 할 수 있겠는가?
감정과 의식으로 깨닫는 자는 깨달음이 있으면 반드시 미혹도 있으니, 끝내 언제나 밝은 등불이 될 수 없다.

169칙
人之過誤宜恕, 而在己則不可恕;
己之困辱宜忍, 而在人則不可忍。
남의 허물은 마땅히 용서해야 하고, 자신의 허물은 결코 용서해서는 안 되며,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나 모욕은 마땅히 참아야 하고, 남이 당하는 것에는 결코 참아서도 안 된다.

170칙
能脫俗便是奇, 作意尚奇者, 不為奇而為異;
不合污便是清, 矯情求清者, 不為清而為激。
속됨을 벗어나기만 하면 그것이 곧 특별함인데, 억지로 기이함을 꾸미면 기이한 것이 아니라 괴이한 것이 되고,
더러움에 물들지 않기만 해도 맑음이 되는데, 감정을 억지로 꾸며 맑음을 추구하면 맑음이 아니라 지나친 격함이 된다.

171칙
恩宜自淡而濃, 先濃後淡者, 人忘其惠;
威宜自嚴而寬, 先寬後嚴者, 人怨其酷。
은혜는 마땅히 담백함에서 점점 짙어져야 하니, 처음에 짙었다가 나중에 담백해지면 사람들이 그 은혜를 잊게 된다.
위엄은 마땅히 엄격함에서 점점 너그러워져야 하니, 처음에 너그러웠다가 나중에 엄격해지면 사람들이 그 매정함을 원망하게 된다.

172칙
心虛則性現, 不息心而求見性, 如撥波覓月;
意淨則心清, 不了意而求明心, 如索鏡增塵。
마음이 비어 있으면 본성이 드러나니, 마음을 멈추지 않고 성품을 보려 하는 것은 파도를 헤치며 달을 찾는 것과 같고,
뜻이 맑으면 마음도 깨끗해지니, 뜻을 깨닫지 못한 채 마음을 밝히려 하는 것은 거울을 구하면서 도리어 먼지를 더하는 것과 같다.

173칙
我貴而人奉之, 奉此峨冠大帶也;
我賤而人侮之, 侮此布衣草履也。
然則原非奉我, 我胡為喜? 原非侮我, 我胡為怒?
내가 지위가 높아져 사람들이 나를 받든다면, 그것은 이 높은 관과 넓은 띠를 받드는 것이다.
내가 천해져 사람들이 나를 모욕한다면, 그것은 이 베옷과 짚신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래 나 자신을 받든 것도, 모욕한 것도 아닌데, 내가 어찌 기뻐하고 노여워하겠는가?


174칙
「為鼠常留飯, 憐蛾不點燈」, 古人此等念頭, 今人學之, 便是一點生生之機。
無此, 便所謂土木形骸而已。
"쥐를 위해 늘 밥을 남기고, 나방이 불쌍하여 등불을 켜지 않는다"는 옛 사람의 생각은,
지금 사람이 그것을 배운다면 그 한 생각이 곧 생명력 넘치는 기운의 발현이 된다.
이러한 마음이 없다면, 그저 흙과 나무로 된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175칙
心體便是天體:
一念之喜, 景星慶雲;
一念之怒, 震雷暴雨;
一念之慈, 和風甘露;
一念之嚴, 烈日秋霜。
何者所感, 只要隨起隨滅, 廓然無礙, 便與太虛同體。
마음의 본체는 곧 하늘의 본체와 같으니,
기쁨 한 생각이면 경사로운 별과 상서로운 구름이 일고,
분노 한 생각이면 천둥과 폭우가 일며,
자비 한 생각이면 온화한 바람과 단이슬이 내리고,
엄정함 한 생각이면 뜨거운 해와 가을 서리가 맺힌다.
이 모든 감정들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대로 두고, 탁 트이고 막힘이 없다면,
그 마음은 우주와 하나가 된다.

176칙
無事時, 心易昏昧, 宜寂寂而照以惺惺;
有事時, 心易奔逸, 宜惺惺而主以寂寂。
일이 없을 때는 마음이 쉽게 흐려지므로, 조용함 속에서 깨어 있는 마음으로 비추어야 하며,
일이 있을 때는 마음이 쉽게 흩어지므로, 깨어 있는 마음으로 중심을 잡되, 그 바탕은 고요함이어야 한다.

177칙
議事者, 身在事外, 宜悉利害之情;
任事者, 身居事中, 當絕利害之慮。
일을 의논하는 사람은 그 일 밖에 있으므로, 이로움과 해로움의 형세를 빠짐없이 살펴야 하고,
일을 맡은 사람은 그 일 안에 있으므로, 이익과 손해에 대한 걱정을 끊어야 한다.

178칙
士君子處權門要路, 操履要嚴明, 心氣要和易,
母詭隨而陷腥羶之黨, 亦矯激而忘蜂薑之危。
선비와 군자가 권세가 있는 자리에 있을 때에는, 그 행실은 엄정하고 분명해야 하며, 마음과 기운은 온화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간사하게 남을 따라 더러운 무리에 빠지는 것도 경계해야 하지만,
그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날이 서서 벌처럼 쏘고 생강처럼 자극적인 성정을 갖는 위험도 잊지 말아야 한다

179칙
標節義者, 必以節義受謗;
榜道學者, 常因道學招尤。
故君子不近惡事, 亦不立善名, 只要和氣渾然, 纔是居身之寶。
절개와 의로움을 드러내는 사람은 반드시 그 절개로 인해 비방을 받고,
도덕과 학문을 내세우는 사람은 도리어 그로 인해 비난을 받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나쁜 일을 가까이하지 않되, 스스로 이름을 내세우지도 않으며,
그저 화기(和氣)가 자연스럽고 온전히 흐르는 것이야말로 몸을 지키는 보배가 된다.

180칙
遇欺詐的人, 以誠心感動之;
遇暴戾的人, 以和氣薰蒸之;
遇傾邪私曲的人, 以名義氣節激礪之。
天下之人, 無不入我陶冶中矣。
속이는 사람을 만나면 진실한 마음으로 감화시키고,
포악한 사람을 만나면 온화한 기운으로 훈증하듯 감싸주며,
간사하고 사사로운 사람을 만나면 바른 명분과 기개로 일깨워야 한다.
그리하면 천하 사람들이 모두 내 가르침 속에 물들지 않을 이가 없게 된다

181칙
念慈祥,可以醞釀兩間和氣;寸心潔白,可以昭垂百代清芬。
생각이 자비로우면 천지 사이에 화기(和氣)를 길러낼 수 있고, 마음이 깨끗하고 순수하면 백대에 걸쳐 맑고 향기로운 이름을 남길 수 있다.

182칙
陰謀怪習,異行奇能,俱是涉世的禍胎。殺身的利器,只一個庸德庸行,便可以完混沌而召和平。
음모와 괴이한 습성, 기이한 행동과 기묘한 재능은 모두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재앙의 씨앗이다. 스스로를 해치는 날카로운 무기이니, 평범한 덕과 평범한 행실 하나만으로도 혼란을 다스리고 평화를 불러올 수 있다.

183칙
語云:「登山耐側路,踏雪耐危橋。」一耐字極有意味。如傾險之人情,坎坷之世道,若不得一耐字撐持過去,幾何不墮入榛莽坑塹哉。
옛말에 이르길, “산을 오를 때는 비탈길을 견디고, 눈밭을 걸을 때는 위험한 다리를 견뎌야 한다”고 했다. 이 ‘견딜 내(耐)’ 자는 실로 깊은 뜻이 있다. 위태롭고 험한 인심, 굴곡 많은 세상살이도 ‘견딜 내’ 자 하나로 버텨내지 않으면 어찌 덤불과 구덩이에 빠지지 않고 지나갈 수 있겠는가?

184칙
誇逞功業,炫耀文章,皆是靠外物做人。不知心體瑩然,本來不失,即無寸功隻字,亦自有堂堂正正做人處。
공을 자랑하고 글재주를 뽐내는 것은 모두 외물에 기대어 사람 노릇을 하려는 것이다. 마음 본체가 원래부터 영롱하게 맑아 잃은 적이 없다면, 설사 한 치의 공도 없고 글 한 자 쓴 적 없어도 스스로 떳떳하고 바르게 살아갈 바탕은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다.

185칙
忙裏要偷閑,須先向閑時討個把柄;鬧中要取靜,須先從靜裏立個根基;不然,未有不因境而遷,隨時而靡者。
바쁜 틈에서 한가로움을 찾으려면, 먼저 한가할 때 그 실마리를 마련해두어야 한다. 소란한 속에서 고요함을 얻으려면, 먼저 고요할 때 그 바탕을 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라도 형편 따라 흔들리고, 때에 따라 무너질 수밖에 없다.

186칙
不昧己心,不盡人情,不竭物力;三者可以為天地立心,為生民立命,為子孫造福。
자기 마음을 흐리게 하지 않고, 인정(人情)을 다 써버리지 않으며,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는 것. 이 세 가지는 천지의 이치를 바로 세우고, 백성의 삶을 바로잡으며, 자손에게 복을 이룰 수 있는 근본이다.

187칙
居官有二語,曰:「惟公則生明,惟廉則生威。」居家有二語,曰:「惟恕則情平,惟儉則用足。」
벼슬살이에는 두 가지 말이 있다. “공정하면 밝음이 생기고, 청렴하면 위엄이 선다.” 집안살림에는 또 두 가지 말이 있다. “용서하면 마음이 평온하고, 검소하면 씀씀이가 넉넉하다.”

188칙
處富貴之地,要知貧賤的痛癢;當少壯之時,須念衰老的辛酸。
부귀한 자리에 있을수록 가난하고 천한 이들의 고통을 헤아려야 하며, 젊고 기세등등할수록 늙고 쇠잔해지는 괴로움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189칙
持身不可太皎潔,一切污辱垢穢,要茹納些;與人不可太分明,一切善惡賢愚,要包容得。
자기 몸가짐은 지나치게 결백해서는 안 되니, 때로는 모욕과 더러움도 조금은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남을 대할 때도 지나치게 따지고 가르려 하지 말고, 모든 선악과 어리석음조차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190칙
休與小人仇讎,小人自有對頭;休向君子諂媚,君子原無私惠。
소인과는 원수 맺지 말라. 소인에게는 알아서 상대할 자가 생긴다. 군자에게는 아첨하지 말라. 군자는 본래 사사로이 은혜를 베푸는 이가 아니다.

191칙
縱欲之病可醫,而執理之病難醫;事物之障可除,而義理之障難除。
욕망에 빠지는 병은 치료할 수 있지만, 이치에 집착하는 병은 고치기 어렵다. 사물에서 오는 장애는 제거할 수 있지만, 의리(義理)에 사로잡혀 생기는 장애는 제거하기 어렵다.

192칙
磨礪當如百煉之金,急就者,必非邃養;施為宜似千鈞之弩,輕發者,決無宏功。
수양은 마땅히 백 번 단련한 쇠처럼 단단해야 하니, 조급히 이루려는 자는 깊은 수양이라 할 수 없다. 행동은 천 균(무거운 쇠추)을 당긴 쇠뇌처럼 무겁고 신중해야 하니, 가볍게 쏘는 자는 결코 큰 공을 이루지 못한다.

193칙
寧為小人所忌毀,母為小人所媚悅;寧為君子所責備,母為君子所包容。
차라리 소인에게 미움과 비방을 받는 편이 낫지, 아첨받아 기뻐 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군자에게 꾸지람을 듣는 편이 낫지, 관용만 받고 마는 것은 마땅치 않다.

194칙
好利者,軼出於道義之外,其害顯而淺;好名者,竄入於道義之中,其害隱而深。
이익을 탐하는 자는 도의 밖으로 벗어나기에 해로움이 겉으로 드러나고 얕다. 그러나 명예를 좇는 자는 도의 안으로 숨어들기에 해로움이 감춰져 있고 깊다.

195칙
受人之恩,雖深不報,怨則淺亦報之;聞人之惡,雖隱不疑,善則顯亦疑之。此刻之極,薄之尤也,宜切戒之。
남의 은혜는 아무리 커도 보답하지 않고, 원망은 아무리 작아도 되갚으며, 남의 악행은 숨겨져 있어도 곧이곧대로 믿고, 선행은 드러나 있어도 의심한다. 이는 각박함의 극치요, 박정함의 지극한 폐단이니, 반드시 깊이 경계해야 한다.

196칙
讒夫毀士,如寸雲蔽日,不久自明;媚子阿人,似隙風侵肌,無疾亦損。
참소하는 자가 선비를 헐뜯는 것은 한 조각 구름이 태양을 가리는 것과 같아, 머지않아 스스로 밝혀진다. 아첨하는 자가 남에게 아부하는 것은 틈 사이로 스며든 바람이 살갗을 파고드는 것 같아, 병이 없어도 해를 입게 만든다.

197칙
山之高峻處無木,而谿谷迴環則草木叢生;水之湍急處無魚,而淵潭停蓄則魚鼈聚集。此高絕之行,福急之衷,君子重有戒焉。
산이 높고 가파른 곳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지만, 계곡이 굽이진 곳에는 초목이 무성하게 자란다. 물이 급하게 흐르는 곳에는 물고기가 없지만, 깊고 고요한 못에는 고기와 자라가 모여든다. 이처럼 지나치게 고상한 행실이나 복을 조급히 바라는 마음은 모두 경계해야 하며, 군자는 더욱 삼가야 한다.

198칙
建功立業者,多圓融之士;債事失機者,必執拗之人。
공을 세우고 업적을 이루는 사람은 대개 원만하고 융통성 있는 인물이다. 반면, 일에 얽매여 때를 놓치는 자는 반드시 고집스럽고 완고한 사람이다.

199칙
處世不必與俗同,亦不宜與俗異;作事不必令人喜,亦不可令人憎。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반드시 세속과 같을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다를 필요도 없다. 일을 함에 반드시 남을 기쁘게 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남의 미움을 살 만큼은 안 된다.

200칙
日既暮而猶煙霞絢爛,歲將晚而更橙橘芳馨。故末路晚年,君子更宜精神百倍。
해가 저물었어도 안개와 노을은 여전히 찬란하고, 한 해가 저물수록 귤과 탱자는 더욱 향기롭다. 그러므로 인생의 말년일수록 군자는 더욱 정신을 가다듬고 힘써야 마땅하다.

201칙
鷹立如睡,虎行似病,正是他攫鳥噬人法術。故君子要聰明不露,才華不逞,纔有任重道遠的力量。
매는 졸린 듯이 서 있고, 호랑이는 병든 듯이 걷는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그들이 새를 낚아채고 사람을 물어뜯는 비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총명함을 드러내지 않고, 재능을 자랑하지 않아야 비로소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갈 힘이 생긴다.

202칙
儉,美德也,過儉則為慳吝,為鄙嗇,反傷雅道;讓,懿行也,過讓則為足恭,為曲謹,多出機心。
검소는 아름다운 덕이지만, 지나치면 인색하고 야비해져 오히려 고상한 도리를 해친다. 겸양은 훌륭한 행실이지만, 지나치면 비굴하고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져 속셈이 드러나게 된다.

203칙
母憂拂意,母喜快心,母恃久安,母憚初難。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근심하지 말고, 마음에 든다고 들뜨지 마라. 오랫동안 편안했다고 안심하지 말고, 처음의 어려움이라 하여 겁내지 마라.

204칙
宴飲之樂多,不是個好人家;聲華之習勝,不是個好士子;名位之念重,不是個好臣工。
잔치와 술자리가 잦은 집은 좋은 집안이 아니고, 화려한 말과 명성에 빠진 이는 바른 선비가 아니다. 명예와 지위에 대한 집착이 심한 자는 바른 신하라 할 수 없다.

205칙
世人以心愜處為樂,卻被樂心引入苦處;達士以心拂處為樂,終由苦心換得樂來。
세속 사람은 마음에 드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기지만, 오히려 그 즐거움이 고통의 길로 이끈다. 달관한 사람은 거슬리는 상황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끝내는 괴로움 속에서 참된 즐거움을 얻는다.

206칙
居盈滿者,如水之將溢未溢,切忌再加一滴;處危急者,如木之將折未折,切忌再加一搦。
가득 찬 자리에 있는 것은 물이 넘치기 직전과 같으니, 한 방울도 더해서는 안 된다. 위태로운 자리에 있는 것은 나무가 부러지려는 순간과 같으니, 손끝 하나로도 더 눌러선 안 된다.

207칙
冷眼觀人,冷耳聽語,冷情當感,冷心思理。
사람을 볼 때는 차분한 눈으로, 말을 들을 때는 냉정한 귀로, 감정을 마주할 때는 침착한 마음으로, 이치를 헤아릴 때는 가라앉은 마음으로 임하라.

208칙
仁人心地寬舒,便福厚而慶長,事事成個寬舒氣象;鄙夫念頭迫促,便福薄而澤短,事事得個迫促規模。
어진 이의 마음은 넉넉하고 부드러워 복이 두텁고 경사가 오래가며, 모든 일에 너그러움이 깃든다. 비루한 자의 생각은 조급하고 좁아서 복이 얕고 은혜가 짧으며, 모든 일이 조급하고 메마른 틀에 갇힌다.

209칙
聞惡不可就惡,恐為讒夫洩怒;聞善不可急親,恐引奸人進身。
악한 소식을 듣고 바로 악의로 대응하지 마라. 참소꾼이 분풀이의 수단으로 삼을까 두렵다. 선한 소식을 듣고 곧바로 친밀하게 대하지 마라. 간사한 자가 그것을 발판 삼아 나설까 두렵다.

210칙
性躁心粗者,一事無成;心和氣平者,百福自集。
성질이 급하고 마음이 거친 사람은 일 하나 이루지 못하고, 마음이 온화하고 기운이 평온한 사람은 온갖 복이 저절로 모여든다.

211칙
用人不宜刻,刻則思效者去;交友不宜濫,濫則貢諛者來。
사람을 쓸 때는 너무 각박해서는 안 된다. 각박하면 진심으로 공을 세우려는 자들이 떠나버린다.
친구를 사귈 때는 무분별해서는 안 된다. 무분별하면 아첨하는 자들만 몰려든다.

212칙
風斜雨急處,要立得腳定;花濃柳豔處,要著得眼高;路危徑險處,要回得頭早。
바람이 비스듬히 불고 비가 세차게 내릴 때는 발을 단단히 딛고 서야 한다.
꽃이 짙고 버들이 요염한 곳에서는 눈높이를 높여야 한다.
길이 험하고 위태로울 때는 일찍이 돌아설 줄 알아야 한다.

213칙
節義之人濟以和衷,纔不啟忿爭之路;功名之士承以謙德,方不開嫉妒之門。
절의로운 사람이라도 온화한 마음으로 남을 도와야 다툼을 일으키지 않는다.
공명을 이룬 이라 해도 겸손한 덕으로 사람을 대해야 시기의 문이 열리지 않는다.

214칙
士大夫居官,不可竿牘無節,要使人難見,以杜倖端;居鄉不可崖岸太高,要使人易見,以敦舊好。
벼슬아치가 관직에 있을 때는 문서 왕래를 절제 없이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이 함부로 만나지 못하게 해야 요행을 바라는 자들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고향에 있을 때는 지나치게 고고한 태도를 취하지 말고,
누구나 쉽게 만나게 하여 옛 인정을 두텁게 해야 한다.

215칙
大人不可不畏,畏大人則無放逸之心;小民亦不可不畏,畏小民則無豪橫之習。
윗사람은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방자한 마음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아랫사람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군림하는 버릇이 사라진다.

216칙
事稍拂逆,便思不如我的人,則尤怨自消;心稍怠荒,便思勝似我的人,則精神自奮。
일이 다소 거슬릴 땐 나보다 못한 사람을 떠올려라. 그러면 원망이 사라진다.
마음이 나태해지면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라. 그러면 저절로 정신이 분발된다.

217칙
不可乘喜而輕諾,不可因醉而生嗔,不可乘快而多事,不可因倦而鮮終。
기쁨에 들떠 경솔하게 약속하지 말고, 술에 취해 화를 내지 마라.
기세가 오른다고 일을 마구 벌이지 말고, 피곤하다고 일을 흐지부지 마무리하지 마라.

218칙
善讀書者,要讀到手舞足蹈處,方不落筌蹄;善觀物者,要觀到心融神洽時,方不泥迹象。
책을 제대로 읽는 자는 손발이 저절로 움직일 만큼(실천을 의미함) 읽어야 비로소 틀에 갇히지 않는다.
사물을 제대로 보는 자는 마음과 정신이 하나가 될 때까지 보아야, 형상에 얽매이지 않는다.

219칙
天賢一人,以誨眾人之愚,而世反逞其所長,以形人之短;天富一人,以濟眾人之困,而世反挾其所有,以凌人之貧。真天之戮民哉。
하늘이 한 사람을 현명하게 한 것은 많은 이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려 함인데,
세상은 그 재능을 뽐내 남의 단점을 드러내는 데 쓰고,
하늘이 한 사람을 부유하게 한 것은 많은 이의 곤궁함을 돕게 하려 함인데,
세상은 그 부를 이용해 남의 가난을 얕잡아본다.
참으로 하늘이 벌할 백성들이로다.

220칙
至人何思何慮,愚人不識不知,可與論學亦可與建功。唯中材的人,多一番思慮知識,便多一番臆度猜疑,事事難與下手。
지극한 사람은 사사로이 걱정하지 않고, 어리석은 사람은 알지도 못하니,
이들과는 도리어 학문을 논하고 공을 세울 수도 있다.
오히려 중간쯤 되는 사람은 한 생각이 늘어나면 한 번 더 의심하고 억측하게 되어,
모든 일을 시작하기조차 어렵다.

221칙
口乃心之門,守口不密,洩盡真機;意乃心之足,防意不嚴,走盡邪蹊。
입은 마음의 문이니, 입단속이 느슨하면 마음의 비밀이 다 새어버린다.
뜻은 마음의 발이니, 뜻을 단속하지 않으면 사악한 길로 끝없이 나아가게 된다.

222칙
責人者,原無過於有過之中,則情平;責己者,求有過於無過之內,則德進。
남을 책망할 때는 허물이 없어도 그 안에서 허물을 찾으려 한다면, 감정이 평온해진다.
자신을 책망할 때는 허물이 없어도 허물 속을 찾으려 애쓴다면, 덕이 깊어진다.

223 赤子者,大人之胚胎;秀才者,宰相之基礎。此時若火力不到,陶鑄不純,他日涉世立朝,終難成個令器。
갓난아이는 훌륭한 사람의 씨앗이고, 수재는 재상의 기초이다.
이 시기에 불꽃이 부족해 제대로 도야되지 않으면,
훗날 세상에 나가 조정에 서더라도 결국 쓸모 있는 인물이 되기 어렵다.

224 君子處患難而不憂,當宴遊而益加惕慮;遇權豪而不懼,對惸獨而反若驚心。
군자는 환난 속에서도 근심하지 않지만, 잔치를 즐길 때는 오히려 경계심을 높인다.
권세 있는 이들 앞에서는 두려워하지 않지만,
의지할 데 없는 외로운 이 앞에서는 오히려 놀란 듯 마음을 조심한다.

225 桃李雖豔,何如松蒼柏翠之堅貞;梨杏雖甘,何如橘綠橙黃之馨冽。信乎,濃夭不及淡久,早秀不如晚成也。
복숭아와 오얏이 아무리 화려해도,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고 굳센 절개만 하랴.
배와 살구가 아무리 달아도, 귤과 탱자의 맑고 시원한 향기만 하랴.
참으로 짙은 향기일수록 빨리 시들고, 일찍 피는 꽃보다 늦게 맺는 열매가 더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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