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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과 이란 #10] 호르무즈 해협은 왜 전쟁의 화약고인가? – 이란이 움켜쥔 '세계 에너지 목줄'

CurioCrateWitch 2025. 6. 24. 12:24

💥 [미국과 이란 #10] 호르무즈 해협은 왜 전쟁의 화약고인가? – 이란이 움켜쥔 '세계 에너지 목줄'

✅ 한 줄 요약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수송의 핵심 경로이자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가장 먼저 일어날 수 있는 화약고로,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 1. 세계 석유의 목줄, 호르무즈 해협 – 그 지정학적 중요성


지구본을 펼쳐 중동 지역을 보면, 페르시아만과 아라비아해를 잇는 좁은 물길 하나가 눈에 뜁니다. 바로 호르무즈 해협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지리적인 수로가 아니라, '세계 석유의 목줄'이자 '지정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인류 에너지 안보의 핵심 동맥입니다.

현재 전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약 30% 이상, 그리고 LNG(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20%가 이곳을 통해 지나갑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이란 등 세계 주요 산유국 및 가스 생산국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바로 이 해협을 통과해 아시아(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유럽, 미주 등 전 세계로 수출됩니다.

따라서 이곳에서 어떤 형태든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여 해상 교통로가 마비된다는 것은 곧 세계 에너지 시장의 대혼란과 글로벌 경제 전체의 위기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유가 폭등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핵폭탄과 같은 존재입니다.



🚢 2. 좁고 위험한 전장 – 물리적 특성이 가져오는 위협


호르무즈 해협의 지리적 특성은 그 위험성을 더욱 증폭시킵니다. 해협의 폭은 좁은 곳이 불과 33km(약 21마일)에 불과하며, 실제 대형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는 항로는 양방향을 합쳐도 6km 남짓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좁고 통과가 필수적인 '병목(Chokepoint)' 지형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선박 운항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며, 이는 국제 유가의 급등과 글로벌 경제 불안을 즉각적으로 불러올 수 있습니다.

특히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은 유조선을 포함한 초대형 선박이 대부분이어서, 작은 충돌이나 위협에도 좌초되거나 침몰할 경우 해협 전체를 마비시켜 장기간의 물류 대란을 야기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 3. 미국과 이란, 왜 이곳에서 충돌하나? – '통제'와 '자유'의 대결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최전선' 중 하나입니다. 양국이 이곳에서 부딪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란의 지리적 이점과 '봉쇄' 카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북쪽 해안 전체를 접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로서, 해협에 대한 군사적 통제력을 가질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수많은 소형 쾌속정, 기뢰, 해안포, 미사일 등을 활용하여 해협을 봉쇄하거나 통행을 방해할 능력을 과시해 왔습니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나 군사적 공격(최근의 핵시설 공격처럼)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그리고 자국의 이익이 침해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암묵적 또는 명시적으로 꺼내들며 미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해 왔습니다. 이는 이란이 서방에 맞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 참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외 이란의 기타 강력한 지렛대들

이처럼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에게 강력한 카드이지만, 이란은 이 외에도 다음과 같은 복합적인 전략적 지렛대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핵 프로그램 자체

핵 개발 능력은 그 자체로 강력한 협상력과 외부 압력에 대한 억지력이 됩니다. 하지만 최근의 공습으로 인해 그 기능이 상당 부분 무력화되었다는 평가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 중동 전역의 친이란 민병대 네트워크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 등은 이란이 직접 나서지 않고도 미국과 동맹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비대칭 전력'의 핵심입니다.


•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중동 지역에서 가장 고도화된 미사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이란의 중요한 위협적 자산입니다.


• 사이버 공격 능력

서방 주요 인프라와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2)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FONOP)과 군사력 투사


미국은 국제법상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FON)' 원칙을 강조하며, 전 세계 해상 통로의 자유로운 운항을 보장하려 합니다. 특히 이란의 해협 봉쇄 위협을 견제하고 역내 동맹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해군은 항공모함 전단과 구축함 등 막강한 해군력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상시 배치하고 있습니다.


💡 항행의 자유 작전(FONOP)이란?

국제법상 모든 국가의 선박과 항공기가 국제 수로를 자유롭게 통항할 권리가 있다는 원칙에 따라, 미국이 특정 국가의 영유권 주장이나 통행 제한 시도를 묵인하지 않고 이를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군사 작전입니다. 이는 국제 수로의 자유로운 이용을 보장하고, 특정 국가의 패권적 행위를 억제하려는 목적을 가집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측의 군함이 근접하거나, 이란의 경고 사격, 무인기(드론) 격추 사건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이 연출됩니다. 미국의 FONOP(Freedom of Navigation Operations)는 단순히 선박의 통행을 보장하는 것을 넘어, 이란의 역내 패권 시도를 억제하려는 강력한 군사적 의지 표명이기도 합니다.



3) 유조선 피격 및 나포 사건: '회색지대'의 현실


2019년 이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는 이란 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세력으로 추정되는 주체에 의해 유조선 피격 및 나포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오만만에서 발생한 유조선 폭발 사건(예: 마지노선 침범 사건), 특정국 유조선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되는 사건들은 당시 국제 유가를 급등시키고 중동의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이란이 직접적인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회색지대 작전'의 일환으로 해상에서 지속적인 압박과 교란을 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 4.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현실화되어 해협이 마비된다면,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1) 원유/가스 공급 대혼란


하루 최대 2,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 및 막대한 양의 LNG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합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은 즉시 에너지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입니다.


2) 국제 유가/가스 가격 폭등


이러한 공급 중단은 단기간에 국제 유가를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급등시킬 수 있으며, 과거 오일쇼크 때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의 글로벌 경제 충격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3) 글로벌 경제 위기


유가/가스 가격 폭등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기업들의 생산 비용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글로벌 경기 침체를 가속화할 위험이 큽니다. 해상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은 전 산업 분야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특히 에너지 자원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들, 즉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사태로 인해 가장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 5. 이란의 해상 전략


'회색지대 작전'과 '하이브리드 전쟁'의 교차점
이란은 압도적인 해군력을 가진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자신들의 특기인 비대칭 전략을 해상에서도 구사해 왔습니다. 앞서 설명했던 '회색지대 작전'과 '하이브리드 전쟁' 개념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현실화되는 양상입니다.

1) 회색지대 작전(Gray Zone Operations)이란?


직접적인 전면전이나 대규모 무력 충돌은 피하면서, 전쟁의 임계점(즉,
상대방이 '전쟁 선포'를 하기에는 애매한 수준) 아래에서 다양한 수단들을 활용해 자국의 이익을 점진적으로 달성하려는 전략적 행동입니다.

이란의 유조선 나포, 해상 드론 위협, 어선 위장 활동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2)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fare)이란?

재래식 군사 행동과 비군사적 수단(사이버 공격, 정보전, 경제 압박, 대리 세력 활용 등)을 혼합하여 동시에 사용하는 전쟁 방식을 의미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소형 쾌속정을 이용한 '
벌떼 전술(Swarming tactics)', 유조선에 부착하는 흡착 기뢰(Limpet mine) 설치, GPS 교란, 해상 운송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 드론 및 미사일을 이용한 탱커 위협 등이 복합적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는 예측 불가능성을 높여 상대의 대응을 어렵게 만듭니다.



🧭 6.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에너지 안보와 해상 교통로 보호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이 바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옵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한국의 에너지 안보에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1) 청해부대 파견과 역할 확대

한국은 2020년부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청해부대를 독자적으로 파견하여 자국 선박 보호에 나선 바 있습니다.

본래 소말리아 해적 퇴치를 위한 임무에서 출발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한국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역내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외교적, 군사적 자산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2) 에너지 수입 다변화 노력


특정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미국산 셰일오일, 아프리카산 원유, 중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LNG 등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 전략비축유를 확대하여 단기적인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는 완충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3) 국제 해상안보 협력 강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및 해상 교통로 주변 우방국과의 정보 공유, 공동 훈련, 그리고 해상 안보를 위한 다자간 협력체(예: 국제해상안보호위대) 참여 등을 통해 국제 해상 교통로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 7. 마무리하며 –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보다 더 무서운 변수다


호르무즈 해협은 단지 중동의 좁은 수로가 아닙니다. 그것은 세계 경제의 목줄이자, 미국과 이란, 그리고 이스라엘 간의 갈등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 글로벌 경제 위기로 비화할 수 있는 실질적 전장(戰場)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곳은 조용한 전쟁터이자,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지정학의 도화선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은 중동을 넘어 세계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번영에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외교적 노력이 절실합니다.



📚 참고 자료

  • U.S. 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EIA) 최신 보고서
  • 국제 에너지 기구(IEA) 분석 보고서
  • 주요 외신 (Al Jazeera, Reuters, BBC, The Diplomat 등)의 중동 및 에너지 관련 최신 기사 종합
  • 대한민국 국방부, 외교부 보도자료 및 관련 정책 보고서
  • 미국 국방부 (DoD) 및 해군 관련 자료 (항행의 자유 작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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