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근담 (菜根譚) – 전집 (前集) 004
📜 원문
勢利紛華, 不近者為潔, 近之而不染者為尤潔;
智械機巧, 不知者為高, 知之而不用者為尤高。
📚 번역
권세와 이익, 분잡하고 화려한 것들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은 고결하지만, 그것들을 가까이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욱 고결하며,
간계와 술수, 교묘한 꾀를 모르는 사람은 고상하지만, 그것들을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고상합니다.
• 勢利(세리): 권세(權勢)와 이익.
• 紛華(분화): 분(紛, 어지러울 분), 화(華, 빛날 화) — 화려하고 어지러운 세상.
• 不近者為潔(불근자위결):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은 ‘결백’한 사람이라 하고,
• 近之而不染者為尤潔(근지이불염자위결): 가까이 있으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욱 ‘결백’하다.
• 智 지혜 지 (지) 슬기로움, 지혜 지능, 판단력.
• 械 기계 해 (해) 기계, 장치 인위적인 도구, 인공적 장치.
• 機 틀 기 (기) 기계, 기구, 기틀, 계략 전략이나 술책, 계략을 의미함.
• 巧 공교할 교 (교) 솜씨 있음, 정교함 교묘함, 수완, 잔재주.
• 智械(지해): 지(智, 슬기), 해(械, 기계·도구) — 지혜롭고 인위적인 술수.
• 機巧(기교): 기묘하고 교묘한 재주나 술책.
• 智械機巧(지해기교): 속임수에 가까운 잔꾀와 권모술수, 계산된 술수.
( ※ 智’는 원래 '지혜'라는 뜻이지만, ‘械·機·巧’와 함께 쓰이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꾀, 사람을 속이는 계산된 재주, 권모술수라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가집니다.)
• 不知者為高(부지자위고): 모르는 사람은 ‘고상’하다고 하며
• 知之而不用者為尤高(지지이불용자위고): 그것을 알지만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고상’하다.
🧐 고전 번역의 숨은 이야기: 한자 '而(이)'의 마법
'而'는 한문에서 정말 자주 등장하는 글자인데요, 쓰임새가 다양해서 처음에는 헷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而'의 여러 용법을 알고 나면 고전 문장이 훨씬 더 명확하게 다가올 거예요!
✅️ '而(이)'의 주요 활용법 네 가지
'而'는 문맥에 따라 크게 네 가지 의미로 사용됩니다.
1) 단순히 이어줄 때 (순접: ~하고, 그리고)
가장 기본적이고 흔한 용법입니다. 앞뒤 내용을 나열하거나 자연스럽게 이어줄 때 사용됩니다.
- 예시: 學而時習之 (배우고 그리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다)
2) 반대되거나 대조될 때 (역접: ~하지만, 그러나)
앞 내용과 상반되거나 대조되는 내용을 연결할 때 사용됩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볼 《채근담》 구절에서도 이러한 쓰임이 등장합니다.
- 예시: 言而不行 (말은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다)
3) 동사나 형용사를 꾸며줄 때 (수식/부사적 용법: ~하게, ~하여)
앞의 동사나 형용사를 수식하여 다음 내용의 정도나 방식을 나타냅니다.
- 예시: 不勞而獲 (수고하지 않고 얻다)
4) 원인이나 결과를 나타낼 때 (~때문에, ~하여)
앞 내용이 뒤 내용의 원인이나 조건이 될 때 사용되기도 합니다.
- 예시: 因材而施 (재능에 따라 가르침을 베풀다)
이처럼 '而'는 문맥에 따라 다양한 뉘앙스를 가지기 때문에, 한문 문장을 해석할 때는 앞뒤 내용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가장 자연스러운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번역서마다 번역이 다른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처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접속사를 번역자들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讀書百遍其義自見(독서백편기의자현)'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러 번 읽고 그 뜻을 되새기다 보면 고전이 전하고자 하는 가장 적합한 의미를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채근담 번역서들 중에는 원문을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일본어로 번역된 것을 2차 번역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한자를 읽어가며 의미를 파악해 나가는 것은 무척 소중한 과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해설
이 구절은 단순히 세속을 멀리하고 모르는 척하는 삶이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보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진정한 ‘순수함’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권세와 이익, 그리고 번잡하고 화려한 세상일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도 ‘깨끗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가까이 두고서도 결코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없이 ‘고결하다’고 말합니다.
이는 유혹 많은 세상에서 아예 물러나 피하는 삶이 아니라, 그 한복판에서도 본심을 지켜내는 강한 정신력과 내면의 힘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또한, 간계와 잔꾀 같은 교묘한 술수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고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모두 알고서도 끝내 쓰지 않고, 정직하고 곧은 길을 고집하는 사람은 더욱 ‘고상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순진함이 아니라, 아는 것을 절제하며 스스로를 다스릴 줄 아는 성숙함과 지혜의 경지를 말합니다.
결국 이 구절은, 외부 환경에 따라 만들어지는 겉모습의 깨끗함이 아니라, 유혹과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내면의 ‘고결함’과 ‘고상함’이야말로 진정한 품격이라는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 채근담을 번역하고 해설하며 늘 느끼는 점은, 이 모든 말이 결국 제게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누군가에게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닦기 위해 옮기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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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시리즈의 번역과 해설은 기존의 어떤 번역서나 해설서도 참고하지 않고,
원문에 대한 깊은 사색과 철저한 어휘 분석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다만 원문의 해석은 문맥과 시대어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으며,
본 해설 또한 일정한 주관과 사유에 기반하고 있어 부분적인 오류나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단 복제 및 인용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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