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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속 안용복 #7] [2-2] 숙종 20년 8월 14일 | 울릉도 지리 파악 및 실효적 지배 강화 논의 (25.06.07. 수정)

CurioCrateWitch 2025. 6. 2. 11:35


[2-2] 숙종 20년 8월 14일
울릉도 지리 파악 및 실효적 지배 강화 논의

📜 원문 발췌


九萬曰:
"曾聞高麗毅宗, 初欲經理鬱陵, 而東西只二萬餘步, 南北亦同之, 土壤褊小, 且多巖石, 不可耕, 遂不復問。
然此島在海外, 久不使人視之, 倭言又如此, 請擇三陟僉使, 遣于島中, 察其形勢, 或募民以居之, 或設鎭以守之, 可備旁伺之患也。"
上許之。遂以張漢相爲三陟僉使, 接慰官兪集一, 受命南下。


📚 번역

남구만이 아뢰기를, "예전에 들으니 고려 의종(毅宗)이 울릉도를 경영하고자(정책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고자) 하였으나, 동서와 남북의 길이가 모두 2만여 보(步)에 불과하고, 땅은 좁고 작으며 바위가 많아 경작이 어려웠기 때문에, 결국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섬은 바다 건너 멀리 떨어져 있어,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을 보내 살핀 적이 없었고, 일본 또한 그러한 점을 들어 주장하고 있으니,  삼척(三陟, 오늘날 강원도 동해안 남부 지역명) 첨사(僉使, 조선시대 군·현 단위의 군사 방어 거점인 진에 파견된 종3품 지방 군관) 한 사람을 선정하여 섬에 보내 지형을 자세히 조사하게 하고, 백성을 모집해 살게 하거나, 진(鎭)을 설치해 지키게 한다면, 옆에서 노리는 위협에 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임금이 이를 허락하였다. 이에 장한상(張漢相)을 삼척 첨사로 임명하고, 접위관(接慰官, 외국 사절을 접대하고 응대하는 외교관) 유집일(兪集一)은 명을 받아 남쪽으로 내려갔다.


🔍 해설 | 울릉도 지리 파악 및 실효적 지배 강화 논의

이 기록은 일본의 울릉도 영유권 주장에 위기의식을 느낀 조선이, 실효 지배 강화를 위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실제 탐사를 명령한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1. 울릉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공도정책 재평가

남구만은 고려 의종이 울릉도를 경영하려다 실패한 사례를 언급하며, 그 원인이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지리적·환경적 제약에 있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고려 시대의 경험은 조선의 공도정책(空島政策) 수립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일본이 조선의 공도령(空島領)으로 빈섬이었던 울릉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하자 조선은 공도정책의 위험성과 한계를 재인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섬을 장기간 비워두면 외세가 넘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졌고, 남구만은 이를 조정에 적극적으로 환기시키고자 한 것입니다.



2. 실효 지배 강화를 위한 탐사 중심의 전략 제안

남구만은 지리 정보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첨사를 울릉도에 파견해 섬의 ‘형세(形勢)’를 정밀 조사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는 단순한 명분이나 문서상의 주장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영토 관리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실용적 접근이었습니다.

그는 주민 이주(‘모민이거’, 募民以居)와 방어 거점 설치(‘설진이수’, 設鎭以守)를 함께 제안하며, 선언적 대응을 넘어 실질적인 주권 행사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과 조정의 신중한 태도 속에 실행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3. 숙종의 승인과 탐사 명령의 의의

숙종은 남구만의 건의를 수용해 장한상을 삼척 첨사(僉使, 조선시대 지방의 군사 방어 거점인 ‘진’에 파견된 종3품 무관)로 임명하고, 접위관(接慰官, 외국 사절을 접대하고 응대하는 외교 실무 관직) 유집일에게도 임무를 부여합니다.

이는 울릉도 문제에 대해 조정이 더 이상 수동적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지 조사를 통한 정책 판단이라는 실천적 태도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 이주나 진 설치 같은 실질적 조치는 보류되었고, 당시 조정은 섣부른 결정보다는 정밀한 실태 파악 후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단계에 있었습니다.

결국 이 조치는 공도정책(空島政策, 태종 대에 시작된 방어적 국토 관리 정책으로 섬 주민을 본토로 이주시켜 섬을 비워두었던 제도)의 연장선상에서, 기존의 수토(搜討) 중심 정책을 보다 구체화하려는 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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